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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비선 실세’ 의혹 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관련된 핵심 인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인적 쇄신도 시작되면서 ‘최순실 게이트’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야권은 여러 갈래의 움직임이 동시에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해 ‘조직적 은폐’ 흐름이 보인다며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두고 주목할 시기는 지난 28일이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수석비서관 전원 사표 제출 카드를 내밀었고, ‘비선 실세’ 의혹을 둘러싼 관련 인물들이 동시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씨의 경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장이 좋지 않아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밝히며 귀국 거부 의사를 보였고, 다른 핵심 인물인 차은택 씨 역시 언론 접촉을 피해왔었다. 또한 최씨와 차씨가 지난 9월 초 비슷한 시점에 출국했다고 알려지면서 상의 후 서로 해외로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었었다.

 하지만 건강상 이유로 귀국을 거부했던 최씨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돌연 귀국 의사를 밝혔고, 중국에 체류 중이던 차씨도 귀국 의사를 알리면서 이미 어느 정도 교감을 통해 입장 정리가 끝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문제에 대해 언론을 피해 4일 간의 잠적 행보를 보인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날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회견을 갖고 “최순실 씨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대통령) 연설문을 중간에 손을 댔다는 의심을 한 바가 없다”고 의혹을 전면부인했다. 이날 밤에는 또 청와대 참모들이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 30일에는 사표 수리와 함께 일부 인선도 이뤄졌다.

 30일 최 씨의 귀국 사실을 검찰이 미리 인지했지만 바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것도 은폐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이날 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검찰 수사팀과 소환 일정 등을 조율 중” 이라며 “최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해 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 있어 하루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야권은 조직적 은폐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순실씨가 귀국 후 검찰에 바로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검찰은 즉각 최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바란다”며 “모처에서 관련 사람끼리 입 맞추고 진실을 은폐하는 시간을 번다면 저는 검찰이 그 시간이 벌어주고 있는 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2~3일 흐름을 보면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입도 맞추고 행동도 맞춰서 뭔가 정해져 있는 시나리오 대로 움직여가는 흐름이 포착된다고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입 맞추기 시간을 주면 수사결과는 뻔한다”며 “검찰에 촉구한다. 지금 당장 긴급체포해서 검찰의 보호 아래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농간과 국기문란을 사실대로 이실직고하지 않고 또 술수로 사실을 왜곡, 면죄부를 받으려면 더 큰 국정혼란과 국기문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은폐 기도하면 워터게이트 닉슨 대통령이 된다”고 경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이날 ‘비상시국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오늘 최순실이 들어왔다. 최순실이 귀국할 때 체포하기는커녕 국가공무원이 의전을 담당했다는 보도가 있다. 차마 믿고 싶지 않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직무유기이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당장 최순실을 긴급체포해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현미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보면 뭔가 거대한 회로가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뭔가 뒤에서 큰 손이 작동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최씨의 의혹을 은폐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