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직권상정…쟁점법안 NO, 선거구 OK 파장은

[the300]"법적근거 없어" 새누리당 부담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들어서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현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며 청와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했다. 반면 선거구 획정에 대해선 여야 합의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연말연시에 심사기일을 정하겠다"며 직권상정 의지를 밝혔다. 2015.12.16/뉴스1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노동개혁법 등 쟁점법안들에 대해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할 수 없다고 재확인, 청와대·정부·여당에서 전방위로 쏟아진 압박에 선을 그으면서 여야 합의를 종용했다. 쟁점법안 처리여부는 경제적 영향은 물론, 정치적으로 여당 내부를 흔들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정 의장은 선거구획정은 연말까지 완료하지 않으면 '입법비상사태'나 다름없다며 직권상정할 뜻을 비쳤다.

국회법 해설서 손에 든 의장…선진화법 역습?
노동개혁 5개 법, 원샷법, 테러방지법 등의 직권상정 여부는 현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12년 국회법 개정,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법적으로 '직권상정'은 사라졌다. 만일에 대비한 게 '심사기일 지정' 제도인데 조건이 매우 엄격하다. 여야가 합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천재지변·전시사태,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야 가능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해 왔다. 국가경제와 민생이 벼랑 끝에 있다며 타이밍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경제법안 관련) 국가비상사태 그렇게 볼 수 있느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누구보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어렵고 국민들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법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청와대의 압박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여당 주장이 과도한 법해석이란 지적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는 간담회에 헌법·국회법 해설책자와 설명자료를 쥔 채 등장했다. 논리적 법적인 근거를 따져보라는 메시지다. 전날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자신을 찾아와 법안 처리를 요청한 데에도 "제가 법적 근거를 찾아봐 달라고 (오히려)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야당이 반대입장을 고수하면 이들 법안의 처리 전망이 불투명해진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하는 원내지도부는 정 의장의 결정이 야속하다. 여당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결단으로 가능한 부분이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정 의장과 여당 원내지도부간 얼굴을 붉히는 상황마저 낳았다.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의원총회에서 마련한 법안처리촉구 결의안을 전달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직권상정) 요건이 안 되지 않느냐"며 집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선진화법을 통해 의장의 권한을 약화시킨 후폭풍을 여당이 맞는 측면도 있다. 2012년 통과 당시 국회의장 권한대행(부의장)이던 정 의장은 선진화법에 반대했다. 정 의장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선진화법에 찬성하지 않았느냐. 의장이 할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한 걸로 알려졌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청와대가 초법적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당장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압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트위터에서 대통령·여당을 향해 "걸핏하면 국회심판론을 들먹이고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게 무례한 압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에 준하는 내용으로 특단의 조치" 
한편 31일까지 선거구 획정 여야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해당 사안에 국회의장 독자적 안을 심사기일 지정 방식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정 의장은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에 대해 "연말연시 즈음에 심사기일 지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단의 조치'로는 "여야가 합의하지 않더라도 합의를 한 것에 준하는 내용"이라며 여당안 처리를 시사했다. 그는 현행 지역구 246석 대 비례대표 54석은 지난 13년간 여야합의가 이어져 온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직권상정이란 특단의 조치가 본회의 부결로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새누리당이 과반여당이므로 여당안에 무게가 실린다.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거부했지만 선거구획정은 현실적으로 여당의 손을 들어주는 고육책이란 분석도 있다.

정 의장은 선거구를 합칠 때에 시·군·구를 쪼개지 못하게 하고 극히 일부 예외만 두는 현행 제도를 바꾸거나 선거연령 기준을 현행 19세 이상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도 제시해 여야에 검토를 요청했다. 시군구 분할 허용시 자칫 게리멘더링이 늘어날 거란 반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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