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 선 안철수, '낡은 정치' 개혁을 위한 다섯가지 조건

[the300][미래를 찾는 긴 여정-리버럴리스트의 매니페스토](16)개혁의 의미-배경

당 혁신과 지도체제 개편 문제 등을 놓고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공식 선언한 뒤 취재진에 둘러쌓여 있다.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에서 도저히 안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로 나가려고 한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고 밝혔다. 2015.12.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영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개혁은 결코 광야에서 외치는 한 두 사람의 선각자의 목소리로만 이뤄 질 수는 없다. 국민적인 지지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시점은 꽤 큰 차이가 나지만 최근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면서 "다시,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서서"란 말이 오버랩된다.

안철수 전 대표가 '광야에 서서'라고 탈당 선언을 시작한 것 또한 진영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였을 것이다. 제1야당의 '안락한' 울타리를 벗어나 허허벌판에 혼자 선다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가장 앞서겠지만동안 자신이 장해 오던 혁신, 특히 야당의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이른바 '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 의원이 제시한 개혁의 다섯 가지 성공 요건 중 '주도하는 사람과 지지하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에 비춰보면 안 전 대표의 탈당은 일견 잘한 선택인 듯하다. 안 전 대표 탈당 직후 '안철수 신당'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안수 신당'은 두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제3당으로 올라 설 가능성을 보였다

안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자마자 출범하지도 않은 신당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새로운 야당을 기대하는 여론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 혁신을 르짖는 것은 국민들 눈에는 공천 지분 다툼으로만 비춰지고 있다. '주도하는 사람이스로 실천의지가 있고 의도가 순수해야 한다'는 개혁의 성공 요건을 고려하면 새정치민주연합 밖에서 개혁과 혁신을 외치는 것이 나아 보인다.

반면 안 전 대표를 앞세워 언제든 당을 깰 것처럼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을 협박했 이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탈당은 남의 일"이라며 꼬랑지를 내리고 있다. 의원 20~30명 추가 탈당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느니 마느니 했던 예측들이 무색하다. 그러나 국민들 눈에 그들의 당 잔류 의도가 순수하게 비칠 리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당 혁신이나 정치 개혁이 아닌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개혁의 성공 요건 중 '현실 문제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하고 있다면 안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기다리기 보다는 정치권 밖에서 새로운 인물을 끌어들이는 작업에 매진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야권의 주류를 '운동권 86세대'가 아닌 '생활 86세대', '전문가 86세대'로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말이다.

당초 안 전 대표가 처음 정치권에 들어설 때 국민들이 기대했던 바가 이런 것이었다. 때마다 '물갈이'를 해도 정치권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졌던 것은 '물갈이'가 아닌 '고기갈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기갈이' 역시 국민들에게 표를 호소하는 면면만 바뀌었을 뿐 '그 바닥 그 물'서 놀던 거기서 거기인 인물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던 것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검증받은 전문가들로 신당을 꾸려 '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하면 이 역시 기존 정치권에선 볼 수 없었던 '새정치'이자 혁신 아닐까.

물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이 때 정치권 밖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그만큼 '개혁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설정'해야 하고 기존 정치권으로는 우리 사회의 개혁이 어렵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은 진 의원이 제시한 마지막 부분이다.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 안 전 대표는 옛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택했을 때 이미 한 차례 '새정치'와 '정치개혁'의 진의를 의심받은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나오는 선택을 하면서는 '야권분열'이라는 비난이 덧붙온다. 이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야권 지지자들은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려는 새정치와 정치개혁까지도 거부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다른 사람을 무조건 배척하고 비난하는" 패착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한 안 전 대표 자신의 말을 스스로 되새기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 세력을 더욱 포용하는 자세가 광야에 홀로 선 안철수가 한 두 사람의 선각자 목소리로 그치지 않는 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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