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어록]"척하면 척이라더니 이젠 척하지 않아도 척"

[the300][2015 국감]

배소진, 유엄식 기자 | 입력 : 2015.09.17 16:0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5년 8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만찬 회동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10월 워싱턴 함께 다녀오시고 나서 바로 귀국하자마자 금리가 인하됐습니다. 올 2월 또 터키 이스탄불을 같이 가고 3월 금리가 떨어졌죠. 지난 5월에는 ADB(아시아개발은행) 회의, 또 6월 떨어졌습니다. '척하면 척'이라더니 이젠 '척하지 않아도 척'이라는 겁니다. 알아서 먼저 하신다는 거죠. 부총리와 동행해서 외국출장 다녀오면 금리가 떨어집니다. 이달 초에도 터키 앙카라 가셨고, IMF(국제통화기금)연차총회도 가시죠? 금리 또 떨어지나요?"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7일 한국은행 대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은총재에게 한은의 독립성 관련 질의를 하면서…

이른바 '척하면 척'은 이주열 한은 총재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지난해 9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는 호주 케언즈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함께 참가했다. 최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이 총재와 '와인회동'을 한 일화를 소개하던 중 대화 내용을 묻는 질문에 "금리의 '금'자를 꺼내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다"며 경제인식에 대한 공감대를 드러냈다. 당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기로, 한은은 실제로 얼마 후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의심받게 된 계기다.

이후에도 이 총재와 최 부총리는 함께 해외출장을 갈 일이 많았다.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했고, 올해 2월에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차 터키 이스탄불을 참석했다. 또 5월에는 ADB연차총회로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했고, 지난 3일에는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또다시 조우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금리를 2.25%에서 2.00%로, 올해 3월 2.00%에서 1.75%로 인하했다. 또 6월 1.75%에서 0.25%포인트를 다시 낮추면서 1.50%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최 부총리와 해외일정이 겹친 직후 금리인하가 결정된 셈이다.

이같은 '우연'(?)의 반복에 이 총재도 머쓱해하며 "말씀듣고보니 (공교롭게도) 출장직후가 됐다"며 "그렇게 해석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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