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특법-보육법 바꿔먹기?…朴대통령 국회 맹비난 '팩트' 따져보니

[the300]靑 "경제활성화법 통과시켜주지도 않고"…與野 "사실왜곡"

황보람 기자 | 입력 : 2015.06.26 17:59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해외건설 50주년 및 7천억불 수주 달성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원고지 30장 분량에 달하는 '배신'과 '분노'의 발언을 쏟아냈다. 국회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하고 법안 '나눠먹기'를 했다는 날선 비판이었다.


국회가 정말 그랬다면, 대통령의 거친 언어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언을 하나하나 쪼개보면 사실이 왜곡된 부분이 다수 보인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여야가 아무 연관도 없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관한특별법(아특법)'과 '영유아보육법(어린이집CCTV법)'을 연계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고로 CCTV법 처리가 시급한 가운데 '광주법'이라 불릴 법한 아특법을 갖다 붙여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 3월 3일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사항'에서 단초를 제공한다. 당시 여야 원내지도부는 '김영란법 합의사항' 2항에서 "여야가 합의한 안심보육법안(영유아보육법·아동복지법)과 아특법은 3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합의문을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두 법안은 나열관계로 '함께' 처리됐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인식처럼 '주고받기식'으로 법안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기엔 어패가 있다. 대통령 말 그대로 두 법안은 '아무 연관도 없'기 때문이다.


아특법은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여·야·정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통상적으로 법안이 소관 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큰 무리없이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하지만 법안소위 직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아특법은 광주법"이라며 제동을 건다. 이후 예정됐던 교문위 전체회의는 취소됐고 여당 교문위 간사인 신성범 의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안 처리에 동의했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자리를 옮겼다. 경질된 것이라는 관측이 따라붙었다.


반면 어린이집CCTV법은 지난 1월 어린이집 학대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집중 논의된 사안이다. 여야 합의대로 3월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부결됐고 재논의를 거쳐 4월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결론적으로 두 법안은 같은 날 본회에 상정됐을 뿐 논의된 맥락과 법안의 특성이 다르다. 아특법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2월국회에서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할 만큼 '야당의 법안'이지만 '어린이집CCTV법'은 여당만의 법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특법의 '딜'법안으로 막후에서 논의된 건 정부가 중점 추진중인 관광진흥법(학교앞호텔법)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도 26일 '대통령 국회법 관련 발언의 허와 실'이라는 자료를 내고 "두 법안의 연계처리는 전혀 논의된 바 없는 '사실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위 2015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 여당이 충분히 뒷받침 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뉴스1

여야가 경제활성화 법안을 뒷전으로 했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국회 입장에선 수치상 동의하기 힘들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시급히 실행하고자 하는 경제살리기 법안들이 국회에 3년째 발이 묶여 있다"며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해볼 수 있는 기회마저 주지 않고 일자리 창출을 왜 못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고 '청년 취업난'의 화살을 국회로 돌렸다.


이에 대해 여야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6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대통령께 사과하면서도 "경제활성화법도 30개 중 23개가 처리가 됐다"며 "이제 5개 정도 남은 법은 야당이 제일 강하게 반대하는 법들"이라고 분명히했다.


실제로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내세운 30개 법안 가운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2건 등 5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거나 야당이 반대하지 않는 법안들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치'에서는 쓰지 않는 비난의 언어들을 사용한 것도 충격이지만 기본적인 사실을 왜곡해 여론을 흔든 것은 더 문제"라며 "현재 야당이 문제제기하는 내용들을 반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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