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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미 대사 피습사건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급속히 옮겨 붙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지도부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드배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피습사건'과 '사드도입'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앞서 9일 사드 도입문제와 관련한 정책의총을 이달 말에 열어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사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유 원내대표까지 가세하고 나선것.

유 원내 대표는 대표직을 맡기 전인 지난해 11월 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북한 탄도미사일 13발의 비거리·고도 등을 담은 우리 군의 자료를 공개, 사드 배치 반대 논리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유 의원이 기술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고, 요격 능력이 확인된 바도 없는 사드의 조기 도입을 주장한 것은 한반도를 미·중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맞섰다.

◇사드 한반도 배치는 미·중 패권의 산물 =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단순한 무기체계 구매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한반도 안보와 군사주권, 동북아 역내질서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배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한국이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일부 지역까지 사드미사일의 반경 안에 놓이게 된다. 두 나라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급속히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제어하고 싶은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의 패권경쟁이 한반도에서 직접 부딪히는 양상이다. 중국 측이 지난달 4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한민구 장관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경제'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이 선택지를 받아든 상황이다.   

◇천문학적 비용, 미사일 방어체계 다시 써야 =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서 수차례 "사드 배치가 한반도 방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와의 연계성 등 효용성 측면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방어무기체계의 효용성은 '적 미사일을 어느 곳에서 요격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느 곳을 방어할 수 있는가'가 보다 더 중요하다.   

사드는 최대 사거리 200㎞, 최대 요격고도 150㎞로 적 탄도미사일이 목표물에 낙하하는 마지막 단계의 상층에서 요격하는 미사일이다.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1기당 8개 미사일 탑재)와 레이더, 통제·통신장비 등으로 구성되며, 비용은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서는 최소 4개 포대가 배치돼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최소 비용이 4조원이라는 얘긴데 우리나라의 2015년 국방예산 37조원 가운데 각종 무기도입 사업 등 방위력 개선분야에 쓰이는 비용은 11조원 가량. 한해 전력의 36%를 사드 미사일 구입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 군수업체에게는 황금알, 논의 절차는···  =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사드는 미국의 대표적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제품이다.

록히드마틴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 대형무기 사업은 미국 보잉사가 독보적이었다.

록히드마틴은 2013년 말 우리나라의 차기전투기(F-X) 3차사업에서  F-35A 스텔스기를 내세워 보잉사의 F-15SE를 눌렀다. 당초 사업주관 부처였던 방위사업청이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F-15SE로 기종을 결정했지만 이를 뒤집고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냈다.

최근 사드 배치는 '핑퐁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정부 브리핑 등을 통해 '배치검토', '한국과 협의'라고 발표하면 한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 미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 이전 단계에서 나온 혼선으로 볼 수 있지만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무기도입의 경우 예산편성권을 쥔 국회가 예산안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정부 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따라서 대형 무기체계 구매는 여론과 국민정서가 강하게 작용한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15일 정책조정협의회를 열어 사드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주미대사 피습사건으로 탄력을 받게 된  테러 방지 관련 법안의 처리가 주요 의제가 될 예정이지만 사드배치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당정청 협의를 통해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여당의 입장이 정리되면 국회 차원의 논의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에 대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