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한 역전 앞둔 '실업급여', 물가연동제 등 변화 필요

[the300][런치리포트-실업급여 손본다]

 

정부가 실업(구직)급여 상·하한액 조정에 나섰다. 상한액은 현행 하루 4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하고,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하향조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실업급여 상·하한액이 조정될지는 미지수다. 상한액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될 수 있지만 하한액은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실업급여 하한액 제도 개편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지난달 23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26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개정안은 실업금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하향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조정과정에서 현행 실업급여 하한액(3만7512원) 보다 내려가지 않도록 보장했다.

정부가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조정에 나선 이유는 상한액이 고정된 데 반해 하한액은 매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변동돼 당장 내년부터 실업급여 상한액과 하한액이 역전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또 실업급여액이 기본 근로시간만 일하는 최저임금 수준 근로자의 소득과 근접해 실업자의 구직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단 판단도 작용됐다.

 

 

하지만 개정안이 정부안대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이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 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실업급여 하한액의 하향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한액과의 역전 가능성 및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환노위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실업급여 상·하한액의 역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상·하한액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하한액 하향 조정에 대한) 당 입장은 환노위의 법안심사 과정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실업급여 하한액의 하향 조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환노위 관계자는 정부가 도덕적 해이 방지를 하한액 하향 조정 이유로 들고 있는 것과 관련, "최저임금보다 못한 실업급여를 받으려 비자발적 이직을 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도 최저임금 수준 근로자와 실업급여 수급자의 급여 격차가 적다는 문제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근로자의 기초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과 마찬가지로 실업급여도 구직자의 최소한의 기초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실업급여 하향 조정이 아닌 최저임금 상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안대로라면 2020년 실업급여 상·하한액이 또다시 역전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 문제는 실업급여 상·하한액 규정 기준을 재정립해야하는 문제다. 정부가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에 실패,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한액만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상한액은 5만원으로 상향조정되고, 하한액은 현행과 같이 최저임금의 90%를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른 내년도 실업급여 하한액은 4만176원(5580원X8시간X0.9)이 된다.

 

"韓 실업급여 상한액은 낮고, 하한액은 높다"


 

 

 

실업(구직)급여 제도를 운영하면서 상·하한액을 규정한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당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실업급여 상·하한액을 규정하고 있었다.

25일 국회 및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실업자의 최소한의 생계보장과 함께 △실업급여로 인한 도덕적 해이 방지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정성 등을 이유로 실업급여의 상·하한액을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간 구직급여 산정 기초 임금일액 8만원의 50%인 4만원을 실업급여 상한액으로, 최저임금의 90%를 하한액으로 설정해 운영해왔다.

마찬가지로 OECD국가 중 미국과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등 14개국은 실업급여 상·하한액을 모두 설정하고 있었다.

반면 상·하한액을 아예 규정하지 않거나, 상한액만 적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었다. 영국과 그리스, 핀란드 등 5개국은 실업급여 상·하한액을 모두 설정하지 않고 있었다. 일본과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10개국은 상한액만 설정하고, 하한액은 설정하고 있지 않았다.

 

OECD국가 중 호주와 뉴질랜드는 실업보험제도를 아예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실업급여 상한액은 낮고, 하한액은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 비율은 20.8%로, 실업급여 하한액을 설정한 OECD 15개 국가 중 10위에 해당했다. 하한액 설정 국가들 가운데선 하위권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나머지 15개국은 아예 하한액을 설정하지 않고 있어, 한국보다 평균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의 비율이 더 낮을 것이란 게 예산정책처의 분석이다. 나아가 고용노동부는 OECD의 하한액 금액 산출과정에 오류가 있어 평균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 비율이 예산정책처가 주장한 20.8%보다 높은 29%라는 의견이다.

반면 상한액은 하위권을 기록했다. 한국의 실업급여 상한액은 평균임금 대비 39%로, 실업급여 상한액을 설정한 OECD 25개 국가 중 23위에 머물렀다. 한국보다 상한액 비율이 낮은 국가는 터키(33.7%)와 벨기에(36.6%)뿐이었다.


 

 

한편 실업급여 수급자 중 상한액 적용 수급자는 올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27.7%에 해당했다. 하한액 적용 수급자는 66.8%였다.

임금대체율은 상한액 적용 수급자는 28.9%, 하한액 적용 수급자는 74.8%였다. 상한액 적용 수급자에 비해 하한액 적용 수급자의 임금대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하한액 적용 수급자 모두 기존 임금보단 낮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실업급여 하한액을 조정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견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실업급여는 구직활동 기간 중 기초적인 생활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수급기간도 무한정이지 않은데다, 구직활동 전 임금을 대체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정부의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업급여 소정급여일수가 짧을수록 신속하게 재취업하는 반면 재취업한 일자리의 근속기간이 짧고, 3년 내 구직급여 반복수급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관계자는 "짧은 실업급여 소정급여일수는 신속한 재취업을 유도하지만, 반복적인 실업으로 이어져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실업급여의 반복적인 수급으로 고용보험기금의 지출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인 소정급여일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상·하한, 연동제 통일 바람직…문제는 '돈'

 

정부가 실업급여의 상한액을 높이고, 하한액을 낮추는 법안을 지난달 23일 발의했다. 또한 관련 시행령 정비 역시 준비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이 매년 상승하면서 이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하한액이 상한액을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한액과 하한액이 각각 다른 기준으로 마련되고, 이를 규정하는 제도 역시 시행령(상한액), 법률(하한액)으로 나뉘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의 추진안대로 실업급여 지급제도가 수정되도 5년만에 다시 역전현상이 일어날 전망이다.

현행 실업급여 상한액은 4만원이다. 하한액은 매년 최저임금의 90%로 책정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5580원, 이를 8시간으로 계산하면 4만4640만원이다. 이 액수의 90%는 4만176원으로 상한액을 넘어선다.


 

 

이 때문에 정부는 상한액을 5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상한액 규정은 시행령인만큼 정부안대로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최저임금은 연평균 7.6%씩 올랐다. 상한액은 5만원으로 고정되는 동안 하한액은 매년 증가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기존 최저임금의 9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80%로 조정하는 법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잠시 하한액이 상한액을 넘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 안대로 실업급여 범위를 조정해도 5년 뒤인 2020년에는 하한액은 최소한 5만1508원으로 상한액 5만원을 넘어선다.

특히 실업급여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지만 이를 물가 및 임금수준에 상관없이 특정 금액에 맞추면 실직자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9년 동안 실업급여 상한액을 4만원으로 고정해왔다. 이번에 상한액이 오른다 해도 이 역시 장기간 고정되면 실직자들은 매년 오르는 물가와 주거비용에 대응하는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

때문에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실업급여와 상한액과 하한액을 모두 최저임금이나 물가수준에 연동해서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환노위 관계자는 "실업급여 조정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상핸액과 하한액 역전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적이 아닌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실업급여는 일시적으로 실직한 사람들이 다시 직업을 갖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인 만큼 단순히 수치상 오류를 막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이 넉넉치 않은 정부로서는 상한액 연동으로 인해 실업급여가 늘어나게 되면 이를 충당할 재원 마련이 어렵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으로 실직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며 "우선 급한 현안을 해결한 이후 향후 국가재정이 튼튼해진 이후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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