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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이사가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속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014년 국정감사는 '카카오톡 국감'이었다. 수사기관이 개인의 사적인 대화 메시지를 엿보고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끝없는 설전을 벌였다.

'사이버 검열' 사태는 결국 국민들의 높아진 개인정보 의식 속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대응과 법원의 100%에 가까운 감청영장 발부 현황, 불투명한 실태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 국감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셨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카톡 측도 '꽁꽁' 방어 확인

올해 법사위 국감에선 적어도 수사기관이 국민들의 대화록을 실시간 감청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서도 "사적 공간에 대해 의견이 오가는 것을 수사기관이 살펴보는 것은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카톡 국감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16일 이석우 다음 카카오톡 대표가 출석한 서울고검 국감현장이었다. 이 대표는 "(카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며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선 실시간 도청 설비가 필요한데 그러한 설비가 없고, 갖출 의향이 현재로선 없다"며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카카오 측은 지난 8일 발표에 따라 메시지의 서버 저장 기간을 과거 5~7일에서 현재 2~3일로 단축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집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초법적' 강수를 둔 것도 결국 '아날로그'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현행법에는 사업자의 구체적인 협조 의무와 위반시 제재조항이 없어 입법적 필요가 제기됐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2일 감청 대상자와 대화한 상대방에게도 일정 기간 이후 감청 사실을 통지하고, 감청자료를 폐기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관련 개정안들이 발의됐다.

◇카톡에 묻힌 국감…세월호 수사·윤일병 사건 대책은 어디로

카톡 논의가 법사위를 휩쓸었지만 '사이버 검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해소됐을까. 여야 의원들이 감청영장의 청구와 발부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 '감청 뻥튀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어느 주장이 사실인지 국민들이 오히려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검경의 수사상 문제점 등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마저도 세월호 사고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야 간 공방이 주로 오갔다.

13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월호 침몰의 책임과 정부가 구조를 못한 책임을 동등하게 수사했느냐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병언 전 청해진해운 소유주 수사엔 집중을 하면서 정부의 책임 추궁엔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여당 의원들도 국민들이 세월호 수사에 대한 여러 의혹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더 적극적인 해명을 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혹한 군내 구타행위와 군의 은폐의혹으로 떠들석했던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도 10일 군사법원에서 하루 동안 다뤄졌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군내 사건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선 군 사법체계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지만, 국감에선 딱히 주목받지 못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윤 일병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축소 은폐 의혹이 일면서 군 사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방부는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군의 특수성을 인정해 군사법원을 존치하더라도 판사와 검사 인사권은 국방부 장관에 이관해야 한다. 법치주의 제도에 반하는 감경권(확인조치권)은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과 동떨어진 피감기관장의 '말말말'

한민구 국방장관은 10일 군사법원에 대한 국감에서 윤 일병 사건과 관련, "은폐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고소장이나 수사기록을 보면 유가족에게도 다 알려진 것이지만 저희가 적시에 언론에 브리핑했으면 이렇게 참담한 결과가 없었을 텐데…"라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15일 감사원 국감에선 황찬현 감사원장이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말씀이 지나치시다" "반복해서 물으시니까 저도 반복해서 답할 수밖에 없다"고 답해 국감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23일 대검찰청 국감에선 김진태 검찰총장이 '카톡을 쓰고 있느냐'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검찰 총장이 그런 걸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경우에 문자는 한다"면서도 "카톡은 여러 대중을 상대로 하는거니 총장이 함부로 쓰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