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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9월 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를 통해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 의사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회 일정 파행은 물론이고 사상초유의 반쪽 국감이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기한인 12월 2일까지 남은 국회일정은 약 10주정도이다. 이 기간 안에 국회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새해예산안 심사, 법안 처리 등을 마쳐야 한다.

작년의 경우 국정감사는 10월 14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됐었다. 이후 한달간 상임위 활동이후 11월 26일에야 2014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 심의에 들어갔다. 

 한달간 예산 심사를 거쳐 12월 31일 오후 10시에서야 새해예산안을 확정했다. 법에 정한 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12월 31일을 넘겨 새해 아침에 예산안을 처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6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29, 30일 양일간 교섭단체대표연설,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국정감사, 23일부터 27일까지 대정부질문으로 이어지는 정기국회 일정을 16일 발표했다. 정 의장이 제시한 일정은 현재 남은 정기국회 기간과 전례를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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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일정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남은 2주 안에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역시 큰 틀에서 가닥을 잡는다 해도 후속조치가 필요한데 여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국회의장이 제시한 일정에 상임위 활동 기간을 추가하면 예산안 논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정이 거의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기국회에서 법안 및 새해 예산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달 이상의 상임위 활동이 필요하다. 10월에 국감과 대정부 질문을 끝내고 11월 한달 간 상임위 활동을 하게 되면 예결특위에서 예산안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하지 못한채 본회의에 넘겨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작년까지 국회는 통상 11월말부터 예산안 논의를 해서 12월말에 통과시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의 한달간의 논의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국회선진화법으로 11월 30일에 예산논의가 종료되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치 못한 것이다.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만되면 끝? 시작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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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대구지하철사업 예산 편법증액 문제를 지적하며 정홍원 국무총리의 예산안 통과 인사말을 막아서고 있다.

 

국회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내년 예산안 처리가 제대로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터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만 상정과 표결 과정에 변수가 많아 예년과 같은 늑장 처리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현안처리가 맞물리면서 정기국회 의사일정 전반에 과부하가 걸릴 전망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발표한 뒤 국회 각 상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만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12월2일 예정된 예산안 상정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12월2일 예산안 상정을 강조한 것은 교착상태에 있는 국회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본회의 자동부의가 예산안 처리까지를 담보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헌법에는 다음해 회계년도가 시작되기 30일전까지 새해 예산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회가 이를 지킨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관행적인 새해예산안 늑장처리를 막고기 위해 지난 2013년 국회선진화법안 통과 당시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을 신설했다. 국회법 85조의3에 따르면 새해 예산안이 11월 30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의가 완료되지 못할 때 12월1일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부의 당일에는 안건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날 부의가 돼야 예산안 법정 통과기일이 12월 2일까지 법안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동부의는 표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 예산안을 의제로 보낸다는 것일 뿐 본회의 통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산안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에 대한 조항은 따로 없다. 결국 예산안 심의기간 안에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여야가 암묵적으로 본회의 의결을 미룰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국회법 95조에 따르면 본회의 상정된 의안에 대해 수정동의안이 제출돼 통과될 경우 원안은 자동폐기된다. 자동부의 됐더라도 여야가 추가 협의를 거쳐 얼마든지 새로운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경로가 있는 셈이다. 물론 이 경우는 법정 기한을 넘겨 처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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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예산안 논의가 기한을 넘기더라도 여야 합의로 통과돼 왔기 때문에 역대 국회에서는 예산안 전체에 대한 수정동의안이 제출된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자동부의가 처음 적용돼 심의 시간 부족 등으로 수정동의안이 제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국회의원들 입장에서 예결위에서 예산심의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원안 통과에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일명 ‘쪽지예산’으로 불리던 지역 예산 확보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는 사활이 걸린 중요한 일이다. 

 

 

 여당이 자동부의된 안건대로 처리할 의지가 있을수도 있지만 그간 여야합의를 기본으로 하는 국회 운영을 해온 관례로 봐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욱이 현행 국회법에는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할시 자동부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있다. 여야 협의가 원할하지 못하고 이런 사정에 의장이 동의한다면 자동부의자체가 유명무실해 질수도 있는 것이다. 부의된 후에도 상정을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안건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의장의 결심에 따라서는 부의된 예산안이 상정되지 않는 경우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90여개 법안이 상정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런 예다. 

'6개 식물 상임위', 국회 정상화 숨은 지뢰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국회정상화를 위한 국회의사일정 '데드라인'을 정했지만 국회정상화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국회에서 법안 심사·처리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 18개 중 3분의 1인 6개가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회정상화를 위해선 상임위 정상화가 전제조건이지만 여·야 모두 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반기 상임위가 구성된 지난 5월 이후 법안소위 복수화를 주장하는 야당과 이에 반대하는 여당의 견해차로 상임위 구성을 하지 못한 이른바 '식물 상임위'는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다. 

정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수석전문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달 8일 열린)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된 30개 법안이 있는데 우선순위대상을 상정해 논의하고 6개 상임위 법안소위 구성부터 시급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법안 중에는 소득세법, 신용정보보호법, 크루즈 법 등 경제관련 법안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 상당수는 정무위, 기재위, 농해수위에서 논의 '대기중'이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 여야 의원들은 정 의장이 정한 시한 내 상임위 정상화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상임위 활동을 하려면 여야간 합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야당 상황을 봐서는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며 "의장이 정한 26일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은 이미 법사위를 거쳐 부의중인 91개 법안과 국정감사 일정 정도일 것이다"고 말했다.

우선 국회 의사일정을 열어놓고 법안을 제외한 상임위 활동부터 재개하자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당 관계자는 "법안소위 복수화 논의는 원내대표 간 합의도 진행되지 않아 상임위 정상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국정감사와 같이 법안을 제외한 활동을 통해 상임위를 우선 가동하고 상임위 법안소위 구성문제를 추후에 논의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의사일정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다. 김기준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의장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일정을 잡는 것은 무리수"라며 "세월호 특별법과 연계해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야당 입장이 변하지 않은 만큼 상임위 구성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영선 공감혁신위원장 탈당 논란 등으로 당이 어수선한 상태에서 국회의사일정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김 의원은  "당이 현재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넘겨가면서 국회정상화도 논의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안은 쌓이는데..결국 또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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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2014.9.3/뉴스1/

 

올해도 일분일초를 다투며 '빅딜'에 의존해야 하는 것일까.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은 늘어나는 반면 상임위원회 등 정상적인 논의구조는 가동하지 못한 파행이 길어지고 있다. 국회선진화를 위한 각종 조치들도 여야간 첨예한 대치 끝에 제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예산안은 물론, 각종 법안도 끝내 속성으로 심사하거나 정치적 주고받기(빅딜)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정기국회는 16일 마침내 의사일정을 정하며 한 발 내딛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국회 정상화를 보장하진 못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당의 거듭된 요구에 직권으로 일정을 정했을 뿐 밀린 법안들을 26일 본회의에 상정할지조차 불투명하다.

5월만 해도 사정이 이렇지는 않았다. 4년 임기 국회는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2년차의 5월에 상임위원회 배정을 바꾼다. 그 전후로 현안논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어느 국회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올해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일부 상임위는 법안심사를 위한 소위원회도 새로 구성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시간은 줄고 숙제는 늘어만 갔다. 본회의 상정을 앞둔 90여개 민생법안이 전부는 아니다. 세월호특별법은 막판 교착상태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시급하다며 19개 법안을 제시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본회의는커녕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정부여당이 7·30 재보선 이후 줄줄이 제시한 세제 관련법은 언제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조차 알 수 없다. 담뱃값 인상은 물론,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은 국민생활에 직결되는만큼 깊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데 그 주무대인 국회가 개점휴업이다.

정치권이 시간을 까먹는만큼 법안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져보기란 점점 어려워진다. 앞으로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회의마다 "시간관계상 간략히 하겠다"는 발언이 단골 인삿말이 된다. 국민 삶에 직결되는 정책변화가 이렇게 '간략히' 또는 '압축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

이 경우 수많은 현안은 12월까지 병목현상을 빚다 해가 바뀌기 직전에야 일순간 풀릴 수 있다. 차근차근 이슈를 해결할 시간이 부족한 데다 최대한 벼랑끝까지 협상을 진행한 후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여야의 힘겨루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예산정국은 막판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처리를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정부가 희망한 외촉법에 강력 반대했다. 예산안 등 연내처리를 위해 외촉법의 '빗장'은 겨우 풀었지만 그대신 상설특검법·특별감찰관제와 외촉법의 빅딜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진정성을 갖고 처리한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딜이 성사됐다.

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관련, 새누리당은 입법권을 지닌 국정원개혁특위 출범을 수용하고 민주당은 강경했던 특별검사 도입 요구에서 한 발 물러나는 빅딜을 이루기도 했다.

부동산 분야에선 야당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요구를 접는 대신 여당이 난색을 보여 온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수용하는 '부동산 빅딜'이 검토됐다.

'빅딜'이 정치적 타협의 한 방편이긴 하다. 하지만 주고받기에만 의존할 경우 법안 별개의 가치는 퇴색하고 협상용으로 무리한 요구부터 하고보는 관행을 끊기 어렵다. 국회 관계자는 "올해(2014) 예산안을 1월1일 아침에야 국회에서 처리한 모습을 내년에 반복하지 말란 법이 없다"며 "막판에 법안을 주고받은 뒤 통과되고 나서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쪽' 정기국회 가동···與 '환영' vs. 野 '모멸'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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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집무실을 찾은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모임인 '아침소리' 의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뉴스1

 

국회 운영위원회가 16일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하지 못하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장이 의사일정을 '작성'할 수는 있어도 '소집'할 수 없다며 국회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정 의장은 이날 정기회 의사일정을 발표하고 국정감사 및 교섭단체대표연설 등 향후 국회 일정을 결정했다. 또 오는 17일부터는 각 상임위원회 활동을 정상화해 국회 일정을 뒷받침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회의장의 고뇌에 찬 국회정상화 결단을 환영한다"며 "새누리당은 의장이 결정한 일정에 맞춰 민생·경제·규제개혁 법안을 조속히 심의하고 2015년도 예산안을 꼼꼼하게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운영위원회는 당초 이날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해 국회의장에게 통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당 전원이 운영위 회의에 불참해 '협의'가 무산되면서 공은 자연스레 의장에게 넘어갔다. 국회법에는 운영위에서 여야가 의사일정을 협의하지 못할 경우 의장이 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야당은 새누리당의 운영위 단독 소집과 국회의장의 직권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의사일정의 '작성권'을 가졌을 뿐 본회의 등 '소집권'은 없다고 밝혔다.

김영근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국회의장의 일방적인 본회의 개의와 직권상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며 "국회법 76조가 정한 국회의장 의사일정 작성권은 본회의 소집권한과 명백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단독국회는 그야말로 독재"라며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단독국회 불가피론을 내자 기다렸다는 듯 국회의장이 의사일정을 결정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이수원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은 "26일 본회의에서는 국무총리 및 국무의원 출석에 관한 의결 및 국정감사 감사 대상 선정 등 교섭단체대표연설과 국감 준비를 위한 의결을 한다"며 "법안 상정 여부는 그 시점에 의장이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