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특위 '선장' 전병헌…물렁하다고? 알고보면 '밀당' 선수

[the300][의원사용설명서]전병헌 국회 안전특위 위원장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17일 출범한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17명의 여야 특위 의원들은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안전특위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불거진 국내 미흡한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법안 및 시스템을 마련하는 자리다. 자칫 여야의 정쟁으로 번질 수 있는만큼 위원장은 이를 합리적으로 중재할 수있는 역량이 필수다.

 

국회가 전의원을 안전특위 위원장으로 선택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가까이 새정치연합의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보여준 협상역량과 추진력을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내대표 시절, 내부적으로는 '물렁하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협상을 통해 그는 3건의 국정조사와 2건의 청문회를 성사시켰다. 아울러 1040건의 민생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전 의원은 안전특위 위원장으로서 세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안전시스템의 한단계 업그레이드 △실천과 성과를 분명히 내는 새로운 특위 활동의 모델 창조 △여야 상생정치를 통한 생신적 정치의 모델 제시다.

 

전 의원은 내년 2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정세균계로 분류되지만 뚜렷한 계파가 없는만큼 당대표까지는 수월치 않아보인다. 하지만  안전특위 활동을 통해 의회주의자로서 성과를 보여준다면 당내 온건파를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전 의원은 야당이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지론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면 국회에서 투쟁해야 한다는 소신도 굽히지 않는다. 그는 "강한 야당이라는 목표와 소신을 포기한 적 없다. 하지만 강한 야당이 꼭 거리로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의 장은 국회"라고 말한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사진= 최부석 기자 my2eye@

 

[타고난 '밀당' 기질, 연애도 '벼랑 끝 전술'로 성사]

 

1970년대 덜컹이는 버스안. 민주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한 대학생의 눈에 노란파카를 입은 여대생이 들어왔다. 용기를 내 말을 붙이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는 여대생의 품에 안긴 책표지를 보고 학교 및 전공을 유추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해당 학교 과 건물에서 잠복하기를 수차례. 결국 그는 그녀와 만났고, 연애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산 넘어 산', 홀할머니와 홀어머니를 모시는 그를 상대 집안에서 강하게 반대했다. 연애전선에도 먹구름이 밀려왔다. 결국 그는 초강수를 둔다. ""믿음이 약한 사랑은 쉽게 깨진다"며 이별을 통보한 것. 그의 벼랑 끝 전술은 결국 서로의 강한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그들은 결혼까지 성공했다.


이 여대생은 정치지망생인 그를 지원하기 위해 사범대로 전공을 바꿨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가 돼 그의 정치도전을 내조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그 대학생은 정치계 입문에 성공, 야당의 중진의원이자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로 성장했다. 

전 의원은 노란파카의 여대생과 결혼까지 성공한 것처럼 국회에서도 협상역량과 추진력으로 야당의 목소리를 관철시켰다.

  

 

[대학 모의국회 의장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의원까지…]


전 의원은 초등학교 시절 '이상국' 건설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고시 패스를 원하는 아버지의 권유에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전 의원은 "당시 정계에는 고대 정외과 출신들이 큰 활약을 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도 정치를 하려면 경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기도 했다. 


대학에서도 정치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이어갔다. 학보사 활동으로 경험을 쌓은 전 의원은 1980년 전국 대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시국현안을 논의하는 '아남민국 모의국회'를 12년 만에 부활시켰다. 그는 국회의장 역을 맡아 '헌법 개정'에 대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했다.


이같은 준비 끝에 전 의원은 1987년 평화민주당 전문위원으로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이후 청와대 등을 거쳐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7대부터 19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의원이 국회에 발의해 통과된 법안만도 88건에 달한다. 34년 전 모의 국회 국회의장이었던 그가 이제는 국회 안에서도 손 꼽히는 입법 활동을 펼치는 의원 가운데 하나가 된 것.

1980년 아남모의국회에서 국회의장 역을 맡은 전병헌 의원. /사진= 전병헌 의원실 제공


[법안→국회 IT 최고 전문가 답게…]

2009년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뒤늦게 국내 스마트폰 앱 개발 생태계가 시작됐지만 국내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2010년 3월 구글과 애플이 국내 게임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국내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물에 대한 심의를 요구했지만 이들 기업이 이를 국제표준과 다르다고 거부하면서 발생한 것.

이에 전 의원은 모바일 게임을 자율심의할 수 있는 '오픈마켓게임법'을 내놨다. 2011년 4월 이 법이 통과되면서 구글과 애플은 모바일 게임을 다시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만일 규제에 갇혀 구글과 애플의 게임 서비스가 중단됐다면 지금의 1인 모바일게임 개발자 성공신화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 IT관련 최고 전문가답게 전 의원의 1호 처리법안 역시 이공계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전 의원은 당시 4년이었던 이공계 전문연구요원의 의무복무기간을 3년으로 줄이는 병역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이공계 인재들의 사회복귀를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전 의원은 2010년 5월 국회의원 최초로 애플 앱스토어에 자신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하고 명함의 QR코드를 도입하는 등 IT 전문 의원으로서 다양한 시도를 앞서서 하고 있다. 국회 안에서 기피 상임위로 꼽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자청할 정도로 IT분야에 대한 전 의원의 애정은 상당히 크다.

지난 5월에는 납품업체에 대한 홈쇼핑 대기업들의 '갑질'을 막기 위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내놨다. 지난달에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꾀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대표발의했다.


[연관검색어->갓병헌, 루통령]


젊은 층 사이에서 국회의원들은 '꼰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전 의원은 1020세대와 소통에 능하다. 젊은 층과의 소통통로는 게임이다. 다수 의원들이 게임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집중하지만, 전 의원은 중진의원 답지 않게 게임을 통한 소통과 한류 문화콘텐츠 성장에 방점을 뒀다. 


수차례 인기게임 'LOL'의 인기 캐릭터 복장 코스프레를 선보이며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신이라는 의미로 '갓병헌', 유명 게임커뮤니티 루리웹의 앞자리를 따 '루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 국회의원의 공공기관장 겸직 금지와 관련해 네티즌들은 '환영' 일색이었지만 e스포츠협회장을 맡고 있는 전 의원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는 댓글이 다수 달렸을 정도로 게임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전 의원은 "아들 녀석과 콘솔로 축구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다"며 "게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의원은 의정 활동 중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짬을내 모바일 게임 '포코팡'을 즐겨한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말로만 창조경제를 강조하지 말고 게임산업 같은 창조력이 핵심인 문화콘텐츠 부분을 적극 지원육성해야 한다"며 "아날로그식 사고방식으로 인한 과도한 규제는 경쟁력 있는 우리 문화 콘텐츠산업을 망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한마디→'종북'이 문제? '종박'이 문제]

*2013년 11월26일 원내대책회의
"(집권여당이 대통령 눈치 보느라 야당과의 대화채널도 구성을 못한다며) 세간에서 떠들 듯이 지금 문제는 집권여당이 주장하는 '종북'이 문제가 아니라 '종박'의 문제가 심각한게 아닌가 (여당) 스스로 자인하는 것"
 

온건파로 분류되는 전 의원이지만 원내대표 시절 그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여당과의 협상을 주도했다. 종박이라는 새로운 정치조어를 선보이며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 눈치만 보느라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2013년 10월14일 국정감사
"미래를 창조하라고 했더니 MOU(양해각서)만 창조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MOU를 우리나라 말로 하면 뭐라고 읽죠? '뭐유'라고 해요. 충청도 말로 한마디로 '뭐유부'가 돼버렸어요.”

창조경제를 위해 새롭게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가 실질적 미래산업 준비보다는 실적내기 용 MOU 체결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이 한장의 사진]

인기게임 'LOL' 캐릭터 '그라가스' 코스프레를 한 전병헌 의원. 전 의원은 LOL 월드챔피언십에서 한국팀인 SK텔레콤 T1이 우승하면 코스프레를 하겠다는 공약을 지켰다. /사진= 전병헌 의원실

 

 

[프로필]


△1958년 충남 홍성 △강남초(상도동), 영등포중(대방동), 휘문고,  고려대 정외과·경제학과, 고려대 정책대학원 경제학 석사 △대통령 정무비서관 △청와대국정상황실장 △국정홍보처차장 △제17·18·19대 국회의원(동작 갑)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민주당 정책위의장 △18대 대선 매니페스토본부 본부장 △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국민안전혁신특위 위원장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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