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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윙' 방송화면 캡처 |
154편(7시즌*22편)을 모두 보고 나면 노 전 대통령의 마음이 얼추 이해 간다. 액션 장면 하나 없는 정치 드라마가 속도감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요인은 '대사 배틀'에 있다. 작가 아론 소킨은 말이라는 무기를 공화당과 민주당에 쥐어 주고 싸움을 끌어낸다. 논쟁을 즐긴 노 전 대통령이 역사·헌법정신·가치로 무장한 '토론 끝판왕' 바틀렛을 닮고 싶어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일일지도 모른다.
말로 다투다 보니 극 중 토론은 일상이다. 양 당은 정책과 법안을 논의하며 재정 소요,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 헌법적 가치로 논리를 쌓아 서로를 공격한다. 시즌 7에서 바틀렛 후임인 민주당 산토스 후보와 공화당 비닉 후보 간 벌이는 격 높은 대선 TV 토론은 웨스트윙의 최고 명장면이다.(한 회 분을 통틀어 진행된 토론회는 실제 생방송으로 찍어 미국 전역에 그대로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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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 방송화면 캡처 |
하원 원내총무인 프랭크 언더우드는 대놓고 성악설을 펼친다. 그는 정치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성추문, 뒷거래까지 무기로 사용한다. 자본과 정치는 로비스트를 고리로 연결되고 언론과 정치는 특종보도를 매개로 유착한다. 재밌는 점은 프랭크도 바틀렛과 같은 민주당이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TV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에미상 3관왕을 차지했다.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유는 취재력과 극 기저에 깔린 인간에 대한 통찰로 보인다.
매 에피소드가 다루는 소재는 죄다 '오프 더 레코드'다. 논픽션의 탈을 쓴 픽션으로 기시감이 드는 정치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니 시청자로선 시원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이기심을 전면에 내세운 점도 인상적이다. 남에게 감췄던 내 탐욕을 프랭크를 통해 확인하며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면 과도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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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
'뉴스룸' 첫 장면에서 '뉴스나이트'의 앵커 윌 맥커보이는 '미국이 병든 이유와 위대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제언'을 밝힌다. 메인 PD 맥킨지는 이 제언을 구체화한다. 그는 "유권자가 정보를 못 얻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으면 끔찍한 결과가 초래된다, 시청률에 목매지 않고 '진짜 뉴스'를 만들자"고 편집 방향을 못 박는다.
맥커보이와 맥킨지는 바틀렛과 프랭크 중 누구를 방송에 올릴까? 프랭크는 분명 시청률이 확보되는 취재원이다. 정치 스캔들과 정쟁은 유권자의 표심과 연결되기에 '뉴스나이트' 역시 소홀히 다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 첫 꼭지는 국가를 지탱해 온 정신과 미래를 담보해 낼 가치, 그리고 정책을 논하는 바틀렛으로 선정하지 않았을까?(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뉴스룸 작가 역시 아론 소킨이다)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전당대회, 7‧30 재보선까지 선거가 연이어 치러지고 있다. 야권 연대·계파 정치·네거티브 선거 등은 편하고 눈길이 가는 소재기는 하다. 하지만 보수·진보 간 담대한 논쟁을 바탕으로 한 정책과 가치에 대한 조망은 독자와 시청자에게 깊은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정치 기사가 정무에 치중해 있는 우리 언론 현실에서는 그 필요성이 절실하다.
뜨거운 정치의 계절. 바틀렛을 취재할 것인가, 프랭크를 취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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