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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국회의원의 입법·정책활동을 뒷받침하는 보좌진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의 입법 기능이 강화되고, 입법 실무를 담당하는 보좌진들의 전문성이 신장되고 있는 것에 발맞춰 보좌진들의 고용 안정성과 처우를 높이고 직급 체계를 상향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약 750명의 회원을 보유한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는 보좌진 면직예고기간을 2~3개월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의원이 보좌진을 해고할 경우 2~3개월 전 이를 미리 통보해 보좌진이 해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얻으면 즉시 시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3일 실시되는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 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김태훈 보좌관은 "국회 보좌진은 석박사 인력도 많고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꿈꾸는 전문직인데도 신분이 너무 불안정하다"며 "면직예고기간에 대해 국회의원들 한분한분 찾아뵙고 허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원 보좌진의 해임이나 징계 절차에 대해 법률적 근거가 없다. 국회의원이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보좌진의 해임이 즉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정책 비전이나 성격 차이 등 국회의원과 마찰을 빚을 경우 하루아침에 보좌진 직을 그만두게 되는 등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새누리당에서는 국회의원 말 한 마디에 의원실 보좌진 전원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 경우가 잇따라 국회의원 앞에서 보좌진은 '파리목숨'이란 자조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 인턴 직원의 잘못 때문에 의원실과 보좌진 운영을 재고한다며 보좌진 전원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한 3선 의원이 19대 전반기 국회를 마무리하고 후반기 국회를 맞아 분위기를 쇄신한다며 의원실 보좌진 전원을 물갈이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회 보좌진의 역할에 대한 왜곡된 선입견을 조장하는 명칭을 바꾸고 의원실 직무 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우선 의원실 6~9급 보좌진 명칭을 '비서'에서 '비서관'으로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부는 6~9급에 해당하는 직급을 '서기', '주사'에서 '주무관'으로 바꾼 바 있다.
국회가 아직 비서'관(官)' 대신 비서로 명칭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높아진 국회 위상과 정책기능 강화를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다는 것이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 측 설명이다.
또한 현재 비서-비서관-보좌관으로 이뤄진 의원실 직무체계를 개편해 '의원실장'이나 '수석보좌관', '수석비서관' 등의 직급을 법적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의 선임행정관 혹은 수석 비서관, 장관실과 광영시장실의 비서실장처럼 국회 또한 의원 보좌진의 직급체계를 지금보다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김 보좌관은 "의원실 보좌진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들에게 좋은 일"이라며 "의원들도 기쁜 마음으로 동의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툭하면 '전원 사표'...해고 공포 떠는 의원 보좌진
새누리당 국회의원실 소속 한 보좌관은 지난 18대 국회 때 사표를 세 번 썼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보좌진들의 공동 책임을 묻겠다며 전원 사표 쓰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다함께 사표를 쓴 보좌진 중 일부는 정말 잘리기도 했다. 그는 4년 내내 해고에 한 두려움에 시달리다가 19대 국회 들어 결국 새누리당의 다른 중진 의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사표 제출과 같은 면직 절차를 따로 거칠 필요도 없다. 법적으로 이들의 해임이나 징계 절차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임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별정직 공무원이라고는 하나 행정부나 사법부, 심지어 국회 사무처의 별정직 공무원과 비교해도 법적인 보호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법률적 근거 자체가 모호하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둘 수 있도록 하고 그 정원과 보수를 정해놨을 뿐이다.
퇴직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피고용인이 누릴 수 있는 권리 대신 '당연 퇴직'에 대한 규정만 있다. 국가공무원법의 당연 퇴직 조항에 해당하거나 국회 회의를 방해했을 때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 경우 당연 퇴직 대상이 되도록 했다.
그 외의 경우는 국회의원 마음대로다. 절차 역시 국회의원이 면직요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끝이다. 보좌진들이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하거나 소명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행정부는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을 두고 이들의 임용 자격과 절차는 물론 징계와 면직까지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이 각 기관의 장에게 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인사권자가 이들을 면직하려면 면직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또한 면직 사유를 적은 설명서를 해당 별정직 공무원에게 주도록 했다.
이러다 보니 별정직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기관장이 함부로 해직 처분을 하기 어렵고 그렇다보니 대부분 기관장과 임기를 같이하게 된다.
국회에서 의원 보좌진과 역할이 비슷한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역시 별정직 공무원이지만 국회법에서 소속과 임면절차 등을 두고 있다.
이 같은 국회의원 보좌진들의 고용 불안정성은 국회의 입법 기능이 강화되고 입법 활동의 실무를 담당하는 보좌진들의 역할이 증대되는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회의원 보좌진을 지망하는 고급 인력이 늘어나면서 변호사와 회계사, 노무사 등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보좌진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고용 불안정성으로 전문성 발휘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못해 전문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13년 재직한 한 보좌관은 "국회의원이 아무리 보좌진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도를 지나쳐서는 안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자신이 뽑았으면 어느 정도 책임을 지고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블랙리스트' 보좌진 사이에 떠돈다
국회의원 말 한 마디에 의원실 보좌진 전원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이 최근 의원실과 보좌진 운영을 재고하는 차원에서 보좌진 전원 해고 통보를 한 것.
보좌진 전원을 해고하겠다고 한 것은 인턴 직원의 트위터 때문이다. 인턴 직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의원에 대한 험담 글을 수 차례 올렸고 이를 의원이 알게 되면서 해당 인턴 직원 뿐 아니라 다른 보좌진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해당 의원은 "인턴의 경우 문제가 있어서 해고한 것은 맞지만 다른 보좌진들에 대해선 업무 분장을 한 것일 뿐 해고 통보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국회의원 블랙리스트'가 있다. 유독 보좌진 교체가 잦은 의원실의 경우 이 블랙리스트에 가장 1순위로 오른다.
19대 전반기 국회가 끝나갈 무렵인 지난 5월 말 새누리당의 한 3선의원이 의원실 보좌진 전원을 물갈이했다. 후반기 국회를 맞아 분위기 쇄신을 위한다는 명목에서였다. 보좌진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였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 의원은 바로 직전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부기관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당내 전략통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재선 의원은 의외로 보좌진 사이에선 악명이 높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4급과 5급 보좌관을 3~4명 연속으로 갈아치웠다. 이 의원은 특히 보좌진으로 임명하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면 일방적으로 직급을 낮춰버리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줘 불만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
한 초선 비례의원은 최근 자녀의 심장 수술 때문에 2주간 휴직을 요청한 여성 보좌진을 가차없이 잘라 구설수에 올랐다. 2주간 일을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그만두란 뜻인데 보좌진의 개인 사정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지나친 처사란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이 의원이 운전기사를 비롯한 보좌진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한편 의원실 보좌진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잦았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일부 여성 국회의원들이 4년 간 무려 50여명의 보좌진을 교체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보좌진들에게 미용과 쇼핑, 자녀 관련 업무 등 개인적인 용무를 맡겨 이를 견디지 못한 보좌진들이 제 발로 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횡포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의 이 같은 행동은 보좌진을 입법정책 활동의 파트너가 아닌 상하 수직적 관계의 아랫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는 보좌진의 월급을 유용하는 등 보좌진을 통한 각종 비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론 이에 반발한 내부 고발로 국회의원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박 의원의 운전기사가 “불법 정치자금을 신고하겠다”며 박 의원의 에쿠스 자동차에 있던 현금 3000만원과 서류뭉치가 들어 있는 가방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이 이 돈의 출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의원의 보좌진들이 각종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평소에 박상은 의원이 보좌진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며 상식 이하의 의원-보좌진 관계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중요한 단초라고 입을 모은다.
한 중진 국회의원실에서 10년 이상 보좌진으로 일한 한 보좌관은 "정치인이 보이는 곳에서 유권자와 언론에게 잘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안보이는 곳에서 가장 가까이 곁에서 일하는 보좌진을 대하는 태도가 정치인의 진면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의회 선진국, 보좌진과 국회의원은 입법 파트너
해외 의회에서는 보좌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국회와 사뭇 다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채용과 해고가 국회의원 권한인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의회 선진국에선 보좌진과 국회의원이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관계를 유지한다. 보좌진을 입법활동 파트너로 존중한다는 점에서 우리 국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회 제도가 발달한 미국은 입법활동에 끼치는 보좌진들의 영향력이 크다. 보좌진 규모 수당이나 운영 규모가 여타 국가보다 커 보좌진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엄격한 삼권분립을 바탕으로 입법부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미국의 정치제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보좌진은 한국처럼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고용계약 관계를 맺는다. 미국 국회의원은 의회에서 지급되는 일정액의 보좌진 수당을 받아 재량껏 보좌진을 고용할 수 있다.
미국 하원의 경우 상근 보좌진을 18명까지 고용할 수 있고 추가로 4명을 시간제 비서나 인턴으로 뽑을 수 있다. 이들은 법률 제정, 사무관리, 공보, 민원, 일정관리 등 업무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국회 한 보좌관은 "미국은 보좌진 숫자가 상당히 많아 지역구 일정과 국회 정책을 소화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역에 투입하는 보좌진이 여전히 많은데 국회의원들이 국회 정책 역량을 넓히고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 인력 투입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보좌진과 의원은 동반자적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일본 국회의원은 7-8명의 보좌진을 두는데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보좌진은 정책비서 한 명과 일반 비서 두 명으로 모두 세 명이다. 이 외에는 국회의원이 따로 고용한 이들이다.
10년 이상의 국회 경력이 요구되고 일정한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정책 비서의 경우 정책 전문성이 뛰어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참 비서의 경우 의원실을 나오더라도 평생의 관계를 유지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회의원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고에서 지급되는 돈으로 보좌진을 고용한다. 이들 국가에서 보좌진은 선망과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국회의원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고용하는데 보좌진의 정책 전문성이 부각되다 보니 의원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평이다.
의회 제도가 발달한 미국은 입법활동에 끼치는 보좌진들의 영향력이 크다. 보좌진 규모 수당이나 운영 규모가 여타 국가보다 커 보좌진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엄격한 삼권분립을 바탕으로 입법부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미국의 정치제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보좌진은 한국처럼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고용계약 관계를 맺는다. 미국 국회의원은 의회에서 지급되는 일정액의 보좌진 수당을 받아 재량껏 보좌진을 고용할 수 있다.
미국 하원의 경우 상근 보좌진을 18명까지 고용할 수 있고 추가로 4명을 시간제 비서나 인턴으로 뽑을 수 있다. 이들은 법률 제정, 사무관리, 공보, 민원, 일정관리 등 업무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국회 한 보좌관은 "미국은 보좌진 숫자가 상당히 많아 지역구 일정과 국회 정책을 소화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역에 투입하는 보좌진이 여전히 많은데 국회의원들이 국회 정책 역량을 넓히고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 인력 투입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보좌진과 의원은 동반자적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일본 국회의원은 7-8명의 보좌진을 두는데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보좌진은 정책비서 한 명과 일반 비서 두 명으로 모두 세 명이다. 이 외에는 국회의원이 따로 고용한 이들이다.
10년 이상의 국회 경력이 요구되고 일정한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정책 비서의 경우 정책 전문성이 뛰어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참 비서의 경우 의원실을 나오더라도 평생의 관계를 유지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회의원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고에서 지급되는 돈으로 보좌진을 고용한다. 이들 국가에서 보좌진은 선망과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국회의원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고용하는데 보좌진의 정책 전문성이 부각되다 보니 의원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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