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늦은 밤까지 이어진 국회 본회의의 주인공은 기초연금법안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약자는 노인만이 아니다. 이날 기초연금법안에 이어 통과된 장애인연금법 개정안 역시 장애인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선 이번 개정안이 장애인들의 복지를 후퇴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독소조항'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개정안은 과연 '개악'일까.

개정안은 현행 약 63%인 장애인연금 수급 대상자를 70%로 정했다. 또 '기초급여+부가급여'로 구성된 장애인연금 가운데 기초급여 부분은 전년도 기초급여액에 전국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시행 후 첫 지급되는 기초급여액은 20만원). 

국회는 이날 재석의원 186인 가운데 찬성 140인, 반대 33인, 기권 13인으로 정부의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야권에선 반발이 거셌다. 소득에 연계해서 대상자를 선정,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20만원씩을 주기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깬 점 때문이다. 앞으로의 인상폭이 기존보다 낮아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개정안에 앞서 상정된 새정치민주연합측의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에서 "정부의 개정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급여의 실질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되는 심각한 복지의 후퇴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물가변동률을 기준으로 기초급여액을 결정하게 되면 매년 급여액 인상폭이 현재보다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완한 수정안은 재석 206인 중 반대 140인, 찬성 65, 기권 1인으로 부결됐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본회의가 끝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오늘 통과된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에 한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깨는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모든 장애인이 아닌 일부에게만 그것도 논란이 많은 인정소득(소득인정액,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을 기준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공약파기이자 장애인권리 제한법이며 장애인등급제 악용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3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개정안에 대해선 찬성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반대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약속을 깬 것은 맞지만 그래도 당장은 현재보다 나아지는 만큼 대놓고 비판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남 실장은 "이전보다 기초급여액이 늘어난다는 것 때문에 당장 절박한 상황에 있는 장애인들의 삶을 봐서 강력하게 저지를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면서 "독소조항도 있는데. 그나마 개선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어서 입장을 내기가 매우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현행 장애인연금법상에선 기초수급액이 사실상 정액인 9만9100원인데, 개정안에 따라 이 금액이 2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부가급여가 기초수급자는 8만원, 차상위수급자는 7만원, 기타 연금대상자는 2만원이니 개정 후 최소 수급자는 22만원을 받아 현행 최대 수급자(17만9100원)보다는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남 정책실장은 "개정안에서 연금 대상자를 소득하위를 70%라고 법에 명시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그렇지 않다. 독소조항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향후 수급대상을 늘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파기된 것"이라며 "이번에 야당에서도 끝까지 반대를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가 (개정안에 따라) 기존보다 약간의 증액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대안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잘못된 제도를 볼 수밖에 없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