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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가운데)과 호남 광역단체장, 각 정당 대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이 2013년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 참석,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할 때 자리에서 일어서 있다./ 뉴스1

국회 정무위원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 논란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신설 방식에 대한 여야 이견 등에 부딪쳤다. 특히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기념곡으로 지정해 난항을 해결하자는 요구가 있지만 이미 보수·진보의 기싸움 양상이 된 탓에 매듭풀기가 쉽지 않다.

정무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보훈처를 제외한 국무조정실·공정거래위 등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오전에 열기로 한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끝내 개최하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대책인 신용정보법 개정, 금융소비자원 설치 관련 개정법안, 전자금융거래법 논의가 줄줄이 보류됐다.

법안소위는 애초 파행이 예상됐다. 대표적 민중가요·운동권가요인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공식 지정하기 곤란하다는 새누리당과 국가보훈처,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 불러온 방식대로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맞섰다.

야당은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지정곡으로 하지 않을 경우 상임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여야가 통과시킨 것도 강조했다. 보훈처에 동조하는 새누리당 역시 결의안에 비춰보면 무책임하단 것이다.

반면 보훈처와 새누리당은 다른 국경일 노래도 기념곡으로 지정이 안된 상태에서 곤란하다며 이에 반대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애국가, 광복절, 삼일절 등 5대 국경일 노래도 기념곡 지정이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라며 "5·18 기념식때 합창하는 것은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따라 부르도록 하는 '제창'이 아니라 단상에서 합창단이 부르고 참석자들은 이를 듣는 합창 방식이면 어떠냐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18 기념식 '기념의 노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며 최소한 이 같은 방식을 원상복구라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둬 논란의 전면에 선 정무위 강기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3·1 운동 기념, 임시정부 건립일, 4·19, 6·25, 순국선열의 날 등 모두 기념곡을 갖고 공식 기념식순에 이를 반영해 합창 아닌 제창으로 부르고 있다"며 "5·18만 합창단이 합창토록 하는 것이야말로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윤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도 "보수단체의 색깔론에 부화뇌동한다면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5월의 영령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정무위는 앞서 이 문제로 10일 전체회의 파행, 11일 법안심사소위도 개최하자마자 정회하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의 호남 몫 지도부인 유수택 최고위원(지명직)은 기념곡 지정을 호소했다. 그는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사실상 기념곡으로 불려진 터라 지금 와서 다른 대안을 찾는 노력이 쉽게 열매를 맺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절충안을 냈다. 기념곡 지정에 법·제도 근거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므로 △여당은 법적 근거마련을 약속하고 △야당은 그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기념곡 제창이 아닌 합창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여야가 정치적 타협을 이루지 못하면 올해 5·18기념식도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리라고 우려했다.

◇금융소비자보호, 1+2와 2+2 사이= 새정치연합은 이날 금융위원회와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여당 방안은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금융위 밑에 둬야 한다는 쪽이다. 이른바 '1+2' 모델이다. 그러나 금감원도 금융위 소관인 만큼 이대로면 금융위가 금감원·금소원이라는 '두개의 떡'을 손에 쥔다는 게 야당 시각이다.

야당은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을,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각각 총괄하는 '2+2' 모델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정무위엔 이처럼 논란을 안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외에 신용카드 정보유출 문제를 다룬 신용정보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을 처리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강석훈 의원이 발의한 산업은행법 개정안도 계류됐다. 산업은행-산은지주-정책금융공사를 합병해 통합 산업은행을 출범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