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티타임]'맨큐의 경제학' 김종석 "시장도 실패하지만 정부도 실패할 수 있다"

[the300]자유한국당 의원, "경제학자로서 정체성 유지하려 노력"

2018.12.19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품격.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치르면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들었던 수식어다. 제1야당 간사라는 역할을 맡았지만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질의 내용은 송곳 같았으나 쓰는 단어에 품격이 묻어있었다.


김 의원은 합리성에 방점을 두고 국감에 나섰다. 국감 증인 이슈가 불거질 때는 민간인을 상대로 국회가 갑(甲)질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중심을 잡았다. 공공기관을 지적하려는 국감의 본 취지를 활용하겠다는 의지였다. 성실성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국감 내내 자리를 지켜 빈 자리가 다소 많았던 한국당의 자존심을 세웠다. 국감 이후 그는 초선 비례대표임에도 고참 의원들에게 "자리를 잘 지키자"고 제언했다.

김 의원은 '맨큐의 경제학'을 번역한 경제학 교수였다. 그 중에서도 규제경제학을 가르치다보니 현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눈길이 갔다. 그는 "시장도 실패하지만 정부도 실패할 수 있다"며 "균형잡힌 시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김 의원은 지난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국감 스코어보드 상을 수상했다.

-더300 국감 스코어보드 대상 선정을 축하한다. 개별 기관의 방만부터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까지 풍부하게 짚었다. 활약 비결이 있다면.
▶보좌진 덕분이다. 국감 기간 우리 방 모습도 신문 편집국과 비슷하다. 기자들이 곳곳에서 기사를 써오면 데스크가 우선순위를 정하듯, 우리도 보좌진이 정무위 각 분야별로 자료를 모아오면 저는 제 나름의 정치관을 갖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사실 준비한 것이 워낙 많아 현장에서 제기한 이슈는 3분의1 밖에 안 됐다.

-국감 전반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
▶간사 역할을 하다보니 국감 증인 선정이 기억에 남는다. 예전부터 느꼈던 게 국회 갑질이 참 심하다. 무조건 높은 사람을 불러 국감 증언대에 세우려는 건 국민 눈높이에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국감은 기관을 지적하는데 목적이 있다. 민간영역 분쟁을 의원이 해결사처럼 나서는 건 옳지 않다. 그래서 이 부분 문제제기를 많이 해 그룹회장 등 증인 요청을 대거 잘랐다. 나중에 가선 정무위가 밋밋하다는 평이 나오더라(웃음). 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큰소리 나지 않기로 유명한 정무위인데 올해 국감에선 파행 사태도 있었다. 간사로서 쉽지 않았을텐데.
▶물론 힘들었다. 우리당 김진태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무위로 넘어오셨는데, 파이팅이 좋아 든든한 분이다. 하지만 때로는 여야 이견 조율을 해야 하는 간사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게 있었다. 단적인 게 민병두 정무위원장 보좌관 출신이 금융위원회에서 일하는 걸로 벌어진 파행 사태다. 김진태 의원 입장에선 참기 어려운 이슈였던 듯 하다. 저도 큰 방법이 없어 큰 소리를 내기보다 참았다. 대신 파행사태에 책임을 물은 더300이 그날 별점을 많이 주지 않았다.

-성실성이 돋보였다. 김선동 의원과 함께 끝까지 국감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저부터 김선동, 김성원 의원 순으로 3명이 나란히 앉는데 이들의 출석률이 좋았다. 성일종 의원도 자리를 지켜주셨다. 사실 다른 의원들은 당직과 지역구 업무 등으로 바빴다. 다선 의원일수록 할 일이 많은 건 이해하나 건너편에 마주 앉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출석률이 좋은 게 눈에 띄었다. 나중에 당 회의에서 우리당 고참들도 반성하고 이번 기회에 출석을 잘하자는 취지의 제언을 한 적이 있다.

-3번째 국감을 치렀는데 더 나은 국감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국감이 늘 한철에 머무르는게 아쉽다.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힘들다. 저는 차라리 '미니'(mini) 국감으로 쪼개서 각 상임위별로 독자적인 국감을 했으면 좋겠다. 기간을 정하지 말고 이슈가 있을때마다 하는 거다. 국정조사만 외치기보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국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18.12.19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정무위 사안을 보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이 큰 이슈다.
▶정부가 제안한 전부개정안이 모두 나쁜건 아니다. 필요성도 인정된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고 대주주 경영권을 압박해서 얻을 수 있는 일자리나 소득이 없다. 간사 간 협의로 법안심사소위 안건을 올릴텐데 아마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무위에서 눈길을 두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 입법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계열사를 개별적으로 감독하다가 통합해서 감독한다는 취지로 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규제다. 기업의 자율경영을 해칠 소지가 있다. 이 점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는 안도 내놓았다.
▶사모펀드 활성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사모펀드는 따로 초대해서 아는 사람끼리 하는 것이라 일반인 상대로 하는 공모펀드와 다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부가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규제를 했다. 이를 다시 활성화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건 필요하다.

-정무위 차원에서 김 의원이 추진중인 법안이 있는가.
▶의원 임기 말까지 행정조사기본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조사절차 규정, 피심인 방어권이 행정조사기본법에는 없다. 여러 행정조사가 있는데 30년 전 행정조사기본법으로는 지금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더라. 국민이나 기업읭 방어권을 확보하면서 공권력 남용을 막을 인권 보호 차원의 행정조사기본법을 연구 중이다.

-또 애정을 둔 발의안이 있다면.
▶의원 시작하면서 1호 대표발의 법안이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의원 입법에도 규제영향분석을 하라는 내용이다. 행정부 입법에는 이 분석이 있다. 그런데 의원 입법은 의원 10명만 서명하면 법안이 된다. 또 무더기입법 문화를 보고 놀랐다. 의원 입법도 규제 품질 관리를 해야하지 않겠나. 규제에도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데 의원 입법에 이게 생략되는 문제를 고치는 법을 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에서 2년 넘게 잠자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정책통'으로 유명하다. 교수 출신이라는 것도 한몫하지만 스스로도 노력을 많이 할 것 같다.
▶부담스러운 수식어다(웃음). 노력도 많이 한다. 의원이기 이전에 교수였고, 그 전에 경제학자였으니 이 정체성을 유지하려 한다. 지금도 국내외 연구기관의 보고서나 국제미디어의 경제뉴스 보는 것이 일종의 취미다. CNN 비즈니스, 파이낸셜 타임즈, 이코노미스트 등도 본다. 덕분에 당내 의원들에게 경제정보를 드리는 입장이다. 의원들도 이젠 그걸 전제로 깔고 물어보신다. 나름의 독점적 지위다(웃음).

-한국당 정책통으로서 현재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활력을 높이겠다고 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다만 결과는 행동으로 보이는거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현 정부 핵심이 가진 경제관, 시장은 불공정하고 탐욕스럽다는 선입견을 버리기 전에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활력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마침 제가 가르친 경제학 과목이 규제경제학이어서 정부 규제를 30년 연구했다. 그러다보니 지금 시장과 정부 기능에 대해 현 정부가 오해하는 것 같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부가 불공정한 시장과 탐욕스러운 기업을 바로잡겠다는데, 사실 정부도 관료·정치인의 집합체다. 그렇게 정의로울 수 없다. 시장도 실패하지만 정부도 실패한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그동안 개인과 기업의 자율성 창의를 억압하는 분위기다보니 제가 규제완화론자가 됐다. 만약 규제가 아예 없다면 저는 오히려 규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2018.12.19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유명한 경제학 교과서 '맨큐의경제학' 공동번역자였다. 경제학자로서 국회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다.
▶저는 학자로서 노벨상 받을 학문적 깊이가 있는 교수는 아니었다. 다만 의사로 보면 첨단 연구를 하는 의사도 있지만 사람을 고치는 현장에 있는 의사는 다르지 않나. 저도 경제지식을 현실에 접목하는 현장의사처럼 환자치료를 하는데 내 지식을 쓰겠다는 자세로 일했다. 그러다보니 언론에 기고도 종종 하게 됐고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들어왔다. 맡은 일에 열심히 하다보니 비례대표 의원까지 했다. 사실 호랑이 등에 올라탄거다(웃음).

-가족과의 삶, 미래 또는 21대 총선을 생각하면 고민이 많을텐데.
▶집사람이 (정치권 입문을) 좋아하진 않았다. 지금도 21대 총선을 위해 지역구를 맡느냐 마느냐는 늘 고민되는 부분이다. 다만 저는 국회의원이든 아니든 우리 경제가 잘 되길 바라고, 헌법 원리에 충실하게 정상적인 성장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주요이력
△1955년 서울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 프린스턴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 교수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공기업학회 이사 △한국규제학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 △여의도연구원 원장 △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 간사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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