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법의 다른 이름 '종현이법', 시행 1주년

[the300[정재룡의 입법 이야기]the300도 주목한 의료사고 방지 제도

편집자주  |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통해 전하는 국회와 입법 스토리
최근 사람 이름을 붙이는 법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대표적인데, 이는 청탁금지법을 말한다. 태완이법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을 말한다.

2014년 12월 29일 환자안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는데, 종현이법이라고도 불린다. 이 법은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 환자안전기준 등을 마련하도록 하고, 병원 등의 환자안전활동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의료의 품질 향상 및 환자안전 증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이 법은 지난 7월 29일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이 법이 제정된 계기는 2010년 5월 19일 경북대 병원에서 백혈병 투병 중이던 9살 어린이 정종현 군의 사망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종현 군은 정맥으로 주사되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과 척수강 내로 주사되어야 할 항암제 ‘시타라빈’이 의료진의 실수로 뒤바뀌어 주사되는 어처구니 없는 의료사고로 사망하게 되었다.

사실 빈크리스틴 투약오류로 사망한 어린이가 정종현 군 이외에도 이미 3명이나 더 있었다. 그러나 정종현 군 사건 발생 이전 세 건의 빈크리스틴 투약오류 사망 사건은 모두 유족과 병원이 합의를 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이러한 환자안전사고 정보들은 다른 병원들과 공유되지 않았다.

정종현 군 부모는 비록 아들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같은 의료사고로 소중한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빈크리스틴 투약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관련 매뉴얼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그것이 현장에서 잘 준수되지 않는 가운데 2012년 10월 16일 같은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정종현 군 부모는 매뉴얼의 한계를 절감하고 환자단체들과 함께 환자안전법 제정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로 2014년 1월 오제세 의원과 신경림 의원이 각각 환자안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게 되었고 국회심의과정을 거쳐 마침내 환자안전법이 제정된 것이다.

(※편집자주- 이 법은 머니투데이 the300 '대한민국 최우수법률상'도 수상했다. 오제세 신경림 의원이 공동 수상했다. 관련기사 ☞ 국가 차원 환자안전 관리체계 구축)

이 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실적을 보면 환자안전사고 보고 건수가 약 11개월 동안 2044건으로 집계되었다. 아직 병원의 환자안전 전담인력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실적으로 보인다. 미국의 예방가능한 의료사고 사망자 수가 매년 4만4000~9만8000명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이상일 교수는 우리의 경우도 2010년 입원 건수를 기준으로 미국의 이 연구에 따라 계산해 보면 연간 예방가능한 의료사고 사망자 수가 1만7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환자안전법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의료사고로 죽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종현이 법 시행을 더 활성화해야 하고, 환자안전 전담인력 등을 지원하기 위한 수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이 있다. 정종현 군의 부모는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의료사고로 다른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한 순수한 공익적 동기의 결실로 환자안전법이 제정되었다. 즉, 환자안전법은 비록 소중한 아들을 잃었지만 다른 사람의 목숨도 소중하게 생각한 그 부모의 숭고하고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제정되었다. 그래서 종현이법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환자안전법은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고 짧은 생애를 살다간 정종현 군이 우리는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주고 간 고귀한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 법은 더욱 의의가 크다.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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