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시민 '헌법 한줄권' 받아보니…"개헌, 권력 아닌 국민 말해야"

[the300][취재여담]런치리포트 '내삶을 바꾸는 개헌 3' 취재기

"내게 헌법 한줄권 준다면"..성소수자·반려동물·노인행복권 '개헌제안' 봇물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사진=포털뉴스 캡쳐.
"20~40대가 바라본 개헌은 어떤 것일까."


최초의 질문은 단순했다. 현재 국회 등 제도권의 개헌 논의가 일반 시민들을 소외시키고 돌아간다는 문제의식 아래 직접 목소리를 담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직업을 지닌 10명을 섭외해 서술식 설문을 받기로 했다.


설문 문항을 만드는 것부터가 관건이었다.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했다. 2040 세대는 개헌 논의를 알고 있을까. 아니, 헌법에 관심은 있을까. 우린 개헌을 삶 속에서 느낀 적이 있을까. 평상시 관심 없다가도 불현듯 헌법의 존재감을 느끼거나 개헌의 필요성을 체감한 순간은 없을까.


이같은 기초적 질문으로 시작해 마지막엔 '헌법 한줄권'을 부여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법리적 타당성은 전문가들이 고민하고 판단할 것이었다. 다만 일반 시민들에게 따분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제도권의 개헌 논의를 '지상'으로 가져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설문지를 회수한 우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개헌'이란 주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고 기발한 의견이 쏟아졌다. 갑자기 떠올린 게 아닌, 일상에서 출발한 진지한 문제의식과 고민들이 많았다. 국민들이 헌법이나 개헌에 무관심한 게 아니라 이들의 의견을 듣고 취합할 논의기구가 마련돼있지 않은 게 문제란 확신이 강해졌다.


기사가 나간 후 반응은 더욱 놀라웠다. 개헌의 취지, 개헌의 역사, 정당별 개헌안 등 우리가 지금까지 쓴 여러 편의 개헌 기획기사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개헌에 반영하고 싶은 의견을 쏟아내고, 기사 내용을 반박하거나 옹호하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단순한 기사 하나가 공론장의 역할을 했다. 지금껏 하루가 멀다하고 쓴 국회 개헌 특위 기사엔 별 반응이 없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시민들의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에 답이 있다. 설문 답변에도, 댓글란에도 대통령 권력구조를 말하는 이들은 적었다. 시민들은 국민의 기본권을 말하고 있었다.


 '(옥시 등에) 징벌적 보상제를 허가하라.(geon****)', '쓰레기짓하는 자식 키우고도 당당한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의 전재산을 피해자에게 주고 자식과 함께 유배 보내겠다.(lind****)', '갑질하는 사람은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징역 10년 이상을 기본으로 때려야 한다.(stu1****)', '성실한 개미가 베짱이보다 잘 살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손봐야 한다.(jbba****)', '어떤 국토 개발행위에 앞서 고려되도록 미래세대를 위해 나무(삼림)에 대한 보호조항을 넣고 싶다.(jerb****)', '향후 기본소득 보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최소한의 물질적 생활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명확히 제시했으면 한다.(ssun****)', '헌법에 국회의원의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시 재산몰수와 징역 살게 해야 한다. 국민소환제도 넣어야 한다.(over****)', '사형집행 부활과 먹거리로 장난치는 기업(대표/임원) 재산 몰수와 사형(soon****)', '憲法 제2조 (개정법) 그어떤 명목여하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실질적 平等할권리가 영원히 우선한다.(ogoo****)', '주택앞에 만인이 평등하다.(jkp0****)'…


물론 댓글 중엔 기사 내용에 대한 반박 의견도 있었다. 특히 성소수자와 반려동물 권리보호 제안에 관해 논쟁이 뜨거웠다. 이들 지적대로 동물권이나 성소수자 권리는 '헌법'보다 '법률' 체계에 맞는 내용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부 지적처럼 답변을 임의로 조작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20~40대 10명 중 3명이 동물권 명시를 언급했으며, 성소수자 등 약자의 권리를 말한 이들도 다수였다. 기사에 단 한차례 언급된 '성소수자' 논쟁의 폭발력만 봐도 성소수자 권리의 법제화가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이에 대한 논리적 반박이 나오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논쟁을 통해 헌법의 범위와 요건, 지향점 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백컨대 설문 대상자들이 국민 전체 계층을 대변하기보다는 엘리트 집단 혹은 중산층에 가까웠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회경제적 변수보다 세대적 요소에 집중한 데다 객관식 문항 통계가 아닌 방담 형식을 취하다 보니 개헌 논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이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단 한계가 있었다. 아마 더 많은 이들에게 물을수록 풍부한 의견이 나올 것이다.


국회는 그 일을 해내야 한다. 법률에 반영할 내용을 다 헌법 조항으로 만들라는 게 아니다. 국민이 헌법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그 헌법정신이 충실히 반영된 개헌을 해내는 것이 정치권에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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