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살리고 죽이는 新권력 '정치팬덤'…'약'인가 '독'인가

[the300][팬덤기획2부-정치팬덤의 시대]②시민 정치참여 촉진 긍정적…'정치 사생팬' 출현 역효과도

해당 기사는 2017-03-02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바야흐로 '팬덤'이 이끄는 대선 국면이다. 대세론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책보다 그의 '팬덤'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최근 문 전 대표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이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열혈 지지자들의 공격이 다시 반복된 게 한 예다. 오히려 지나친 팬덤이 문 전 대표의 위상을 흔드는 데 이어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팬덤은 분명 든든한 지원군이다. 다른 정치인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반면 일반인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정치 팬덤'은 과연 약일까, 독일까. 이들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인가.

 

◇시민의 정치참여 이끈 팬덤= 정치 팬덤은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손쉽게 정치에 참여할 통로를 제공했단 점에서 긍정적이다. 모바일 미디어의 발달이 뒷받침했다. 시민들은 클릭 한번으로 각종 인터넷 카페나 밴드, 페이스북 등에 가입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팬클럽' 회원이란 지위와 소속감, 활동 명분을 얻는다.

 

수동적 유권자를 거부한 이들은 능동적 정치팬으로 활동한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왜곡된 메시지를 정하는 일은 기본이다. 후보의 유세현장을 따라다니며 지지를 표하는 활동도 한다. 심지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례처럼 '불출마 선언'을 한 정치인의 재등판 결의대회까지 구상하기도 한다. 헨리 젠킨스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개인의 정보접근성과 자율적 행동이 촉진되면서 정치인들만의 리그였던 정치영역에서 시민이 스스로 정치리더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정치팬덤 연구를 해온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선거에서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았는데 정치 팬클럽과 팬덤 현상이 발생하며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촉진하고 관심을 제고하게 됐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위력을 과시하는 유명 팬클럽 리더들도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소박한 욕구가 팬덤의 시작이었다고 고백한다. '문팬'(문재인 팬클럽)의 대표인 '지리산 반달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깨어있는 시민의 자발적 조직'을 얘기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더라. 근데 40대 중반 나이에 어떤 단체를 기웃거려봐도 갈 수 있는 데가 없었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카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아나요'(안희정 팬클럽) 카페지기 '천지기운'은 "저한테 정치는 굉장히 좋은 취미생활이다. 누구를 지지하고 꿈을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모든 걸 해결하는 키는 정치에 있다는 생각에 정치에 관심을 갖다가 팬클럽 회장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엔 시민의 참여욕구에다 확고한 지지층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필요가 결합돼 정치팬덤이 급성장했다. 정치인의 '팬덤'이 큰 영향력을 얻게 되고 정치인이 자신의 '팬덤'에 기대게 된 것은 전통적인 정당정치의 쇠퇴와 무관치 않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과거엔 정당 지지층과 후보 지지층의 일치도가 높았고 연결성을 가졌는데 정당이 해체와 분화를 겪으면서 인물 중심의 정치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에서 당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 스스로 정당정치 발전을 포기한 결과 정치인들이 팬클럽이나 여론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약'일까', '독'일까 = 정치팬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당초 자발성을 띤 모임의 세가 커지고 권력화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른바 '팬심'이 맹목적 추종이나 타 정치인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좋은 예다. 일례로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1월초 민주정책연구원이 펴낸 개헌 관련 전략보고서가 문 전 대표에게 편향됐다고 발언했다가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3000여통의 '문자 폭탄'을 받았고 '18원' 후원금 굴욕도 당해야 했다. 최근 당내 개헌파 의원들에게까지 공격이 이어지자 문 전 대표측이 직접 자제에 나서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문팬 창립행사에서 회원들과 만나 '선플(좋은 댓글) 운동'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일부 지지자들의 사이버테러 등이 끊이지 않았다. 캠프 내에서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지만 개개인의 활동을 일일이 통제할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상에서 팬덤이 악의적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인신공격·비방을 일삼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상 정책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보다 일방적 주장에 치우치게 돼 순수한 팬심, 건강한 정치 감시 기능은 사라진다. 정치인이 '연예인'화되고, '정치 사생팬'이 발생하는 풍토도 목격된다.

     

송경재 교수는 "팬덤은 기본적으로 위계구조를 지녔고 정점에 정치인이 있는데 가짜뉴스나 정치인의 일방적 주장이 팬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실제 정치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에게 왜곡된 메시지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자꾸 광장, 언론, 팬클럽에만 나가고 정당구조 내의 공식 라인을 도외시해 비선, 사조직을 통하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와 '창사랑'(이회창을 사랑하는 모임)이 음지에서 지지활동을 폈다면 박사모 때부터 팬클럽 출신이 어디 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공직에 나오는 등 갈수록 권력화됐다"며 "'노사모'는 미군기지 관련 반대성명도 내고 견제를 했는데 팬덤이 점차 맹목적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진화된 정치팬덤은 '독'인 걸까. 올해 조기대선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야권의 경선은 정치팬덤의 중요한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이상일 대표는 "팬클럽 내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자정작용이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논리적, 생산적 토론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이번 야당 경선 과정에서 각 팬클럽간 감정적 대립과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데 정치팬덤의 긍정·부정 효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갈지 정치권의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