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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정의당 의원(왼쪽 두번째)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비례대표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의당 비례대표인 추 의원은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정의당에 영입 돼 국회 미방위원에 지원했으나 상임위 배분 결과 외통위로 배정받았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추혜선, 노혜찬,이정미 의원.2016.6.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야 3당이 20대 국회 원구성을 마무리하고 정책정당을 앞세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상임위원회 배치에서는 전문성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상임위 위원들의 비전문성이 여전한 데다 위원장 나눠먹기 관행은 임기 쪼개기 꼼수로 진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상반기 16개 상임위(2개 특위 제외) 가운데 4개 상임위의 위원장이 해당 상임위 경력이 전무하다. 새누리당의 경우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과 유재중 안전행정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김영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각각 해당 상임위 활동 경험이 없다. 국민의당 소속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도 그동안 산업위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

내년에 바뀌는 상임위원장을 기준으로 하면 해당 위원회 경험이 없는 위원장이 7명으로 늘어난다. 새누리당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을 조원진 의원과 정보위원장을 맡을 강석호 의원, 국방위원장을 맡을 김학용 의원이 아직 해당 위원회 경험이 없다.

국회의원 당선 횟수를 최우선 기준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정하다 보니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감투 돌려먹기 행태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다. 국회법상 임기가 2년인 상임위원장을 1년씩 나눠 맡는 편법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여야 합의로 배정된 8개 상임위 중 법제사법위, 정무위 등 5개 상임위원장의 임기를 1년으로 줄였다. 더민주도 예산결산특위와 윤리특위 위원장을 김현미, 백재현 의원이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했다.

한국의회발전연구회가 발간한 계간지 '의정연구'에 따르면 17~19대 국회 상임위원장 131명 중 위원장을 맡기 전 해당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의원은 새누리당 20명(35.7%), 더민주 16명(31.4%)에 불과하다. 한정택 국회입법조사처 박사는 "관행적으로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상임위원장을 정하면서 상임위가 권력과 이권을 배분하는 자원으로 전락했다"며 "미국 의회에서는 단순한 선수(選數)가 아니라 해당 상임위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상임위원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초·재선 의원 중심의 상임위원 배치 기준도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이 각각 법사위와 국토해양위로 배치된 게 대표적이다. 같은당에서 기재위에 배치된 최교일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법조인 출신이다. 중소기업청장 출신인 이현재 의원도 산업위가 아닌 기재위에 배정되면서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게 됐다. 경제전문가로 여의도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종석 의원도 정무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를 희망했지만 뜻밖에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치됐다. 국토교통부 출신으로 국토위를 희망했던 초선 송석준·권석창 의원도 각각 보건복지위와 농해수위로 배정됐다. 

더민주에서는 19대 국회 4년 동안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으로 활동한 박홍근 의원이 미방위로 배치됐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데없이 미방위로 강제 차출됐다는 연락을 받고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결심했지만 교육과 관련해 이미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는 게 막막하다"고 적었다.

소속의원 수가 20명에 못 미치는 비교섭단체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의 경우는 더하다. 이들은 교섭단체의 배분이 끝나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남는 상임위를 배분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고려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언론개혁시민연대 출신의 추혜선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로 배치된 데 항의해 이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시작했다. 노동 전문가로 국회에 입성한 윤종오 무소속 의원도 전문성을 살려 환경노동위를 신청했지만 미방위로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