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서거]朴대통령, 美·中 대사, 기업 총수…각계 조문 이틀째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설치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분향소에 박근혜 대통령의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2015.11.23/뉴스1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등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3일 정·재계와 법조·사회문화 분야 등 각계각층의 조문이 이어졌다. 구본무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오너와 전·현직 주한 미국대사처럼 외교가 인사들도 고인을 기렸다.

김 전 대통령 입관식이 치러진 이날 유족 측은 오후 10시 기준 9000명 넘게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고 집계했다. 이곳뿐 아니라 국회의사당을 비롯, 전국에 분향소가 설치돼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朴대통령, 손명순 여사·차남 현철씨 등 위로

검은색 바지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대병원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빈소에서 분향하고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잠시 묵념을 했다. 이어 YS의 차남인 현철씨에게 위로를 전했고 가족실로 이동해 YS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의 손을 잡고 애도의 뜻과 추모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별도의 방명록은 작성하지 않고 장례집행위원장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오후 2시7분께 빈소를 떠났다. 김현철씨는 이날 오후 늦게 취재진을 만나 박 대통령이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이니까 준비를 만전을 기하겠다,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대(代)를 이은 '기구한 인연'이다. 민주화 운동을 끌던 김 전 대통령은 유신 체제하에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고 가택연금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대통령과 맞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공개지지했다.

현철씨는 2012년 19대 총선 공천에 탈락, 현철씨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에서 물러나고 새누리당에서도 탈당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전 대통령에게 "여러가지로 격려하고 성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고, 김 전 대통령은 당선을 축하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화해무드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영면에 든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향으로써 김 전대통령과의 '화해'를 마무리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차남 홍업씨,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015.11.23/뉴스1

◇이희호·이회창·노건호의 조문

YS와 필생의 라이벌로 불린 김대중 전 대통령(DJ)측 동교동계 인사들도 함께 조문했다. 이희호 여사는 손명순 여사와 김현철씨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위로했다. DJ 아들인 김홍업 전 의원은 어머니인 이희호 여사를 부축하고 빈소를 찾아 현철씨와 '2세 조우'도 했다.

권노갑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YS는) 다감한 분이셨다"고 회고하고 유가족들도 편안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바란다며 위로를 전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원장도 "민주주의라는 건 원래 서로 다른 의견 있으면 토론하고 합의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치신 큰 나무가 우리곁을 떠나게 돼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도 김경수 새정치연합 경남도당위원장 등과 함께 빈소를 방문했다.

건호씨는 상주 격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껄끄러울 수 있는 관계. 김 대표의 노 대통령 NLL(북방한계선)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내용 공개에 대해 건호씨는 노 대통령 6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김 대표를 향해 '나라걱정 하시라'고 쏘아붙인 바 있다.

건호씨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어머니인 권양숙 여사의 안부도 전했다. 장례 첫날 애도 입장을 낸 권 여사는 26일 국회서 열리는 김 전 대통령 영결식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고인과 '구원'을 가졌다고 볼 만한 조문객은 더 있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가 23일 서울 연견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3/뉴스1

이날 이 전 총재가 방명록에 남긴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글귀는 미묘한 해석을 낳았다. '낙실사수 음수사원'(落實思樹飮水思源)을 줄인 이 말은 '과일을 딸 때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 전 총재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요즘 민주주의가 공기처럼 생활화돼서 민주주의의 실제 존재나, 민주주의로 오기까지 어려웠던 많은 족적을 잊기 쉽다"며 "민주주의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에 내린 휘호가 바로 '음수사원'"이라며 "생전에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같은 글귀는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각계 조문 이어져..국회에도 분향소

재계 주요 인사들의 발길도 잦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오전 11시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후 2시께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사장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각각 전경련 회장단과 대한상의 회장단과 함께 조문했다. 박용만 회장은 고인에 대해 "굵은 결정 많이 하셨고 금융실명제도 하셨는데 이런 게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 등도 조문했다.

삼성전자 최지성(왼쪽부터), 이재용 부회장과 이인용 사장이 23일 서울 연견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5.11.23/뉴스1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전임 대사인 캐서린 스티븐스 전 대사도 각각 빈소에 조문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대화했다. 앞서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도 빈소를 찾았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모습도 보였다.

여권에선 김황식·정운찬·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빈소를 찾았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과 정병국 의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상도동계'는 이틀째 빈소를 찾아 상주 역할을 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권영세 전 주중 한국대사,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진·이혜훈 전 의원 등도 고인을 기렸다.

야권에선 비록 한나라당을 떠났지만 김 전 대통령이 발탁, 정치에 입문한 손학규 전 대표가 상도동계 인사들과 함께 종일 빈소를 지켰다. 관료출신인 김진표 전 부총리는 "1993년 금융실명제의 실무 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내리셨던 결단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박영선 의원,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보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손학규 전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5.11.23/뉴스1

국회에 마련한 대표분향소에도 조문객 행렬이 줄을 이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국회에 설치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대표분향소를 처음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오후엔 원유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 70여명이 합동으로 분향했다. 원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실천하고 개혁 정책을 지휘했다"며 "새누리당도 개혁정신과 민본 정신을 받들어 김 전 대통령이 완수하지 못한 일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회 분향소 조문은 26일까지 24시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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