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긴 남북'…여야 대북정책 차별화 가속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타결돼 남북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면서 여야의 대북정책 대결도 본격 링에 오른다.

접촉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24일 새누리당은 북한의 도발사과와 재발방지를, 새정치연합은 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제시했다. 앞서 여야 대표가 만나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지만 남북협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각각인 사실을 드러냈다.

여야는 남북 후속대화 과정에서 떠오를 5.24 조치 해제 논란, 북한인권법, 비핵화 등 쟁점마다 여야가 입장을 달리 하며 정책주도권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고위급 접촉 타결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도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북한에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도발을 막는 유일한 방안은 단호한 응징"이라며 "북한이 도발의 '도'자도 못 꺼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과거에도 북한은 연평해전, 천안함 등 519차례의 무력 도발을 일심았고 도발로 긴장 높아지면 앞에서는 대화와 평화 운운하면서 뒤에서 남남갈등 유발했다"며 "도발 인정, 사과, 재발 방지 약속없이 흐지부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사과'라는 가까운 목표에 치중하면 큰 틀의 남북관계 개선에 이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 마련하길 간곡히 당부한다"며 "한번에 만족스런 타결에 이르지 않더라도 끈질기게 대화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안정한 체제에 놓여있는 북한에 말의 총알이 총의 총알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상대방의 처지도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 방송에 민감한 북한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위급 접촉은 여야의 이런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확실한 사과'는 아니지만 북한 도발의 재발방지 약속은 받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을 막는 유일한 방안은 단호한 응징이며, 무력 도발의 싹이 보일 때마다 가차없이 열배, 백배 응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5.8.24/뉴스1

여야가 이렇게 엇갈린 건 한반도정책에 대한 기본입장부터 다르기 때문. 새누리당이 남북한의 평화 유지와 공동발전을 목표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 정책내용은 굳건한 안보와 비핵화, 북한 개방, 인권 개선 등 북한을 압박하는 내용이다. 당내엔 "이참에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새정치연합도 비핵화가 목표이긴 하지만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군비증강 등 평화를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본다. 일례로 북한이 군비를 증강한다면 그 구조적·국제정세적 배경을 살펴야지 북한을 비난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최근 남북대치 상황에 대한 입장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목함지뢰 도발과 포격에 대한 북한의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얻어내느냐를 관건으로 봤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안보긴장이 고조된 직후부터 즉각적이고 조건없는 남북 대화를 강조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고위급 접촉 타결 전인 24일 "적당히 미봉하는 협상은 반대한다"며 "값싼 유화책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고 말했다. 또 "(잠수함을 찾지 못하면) 잠수함 기지 초토화, 잠수함 갈 곳을 없애면 된다"고 할 정도로 강경대응을 강조했다.

반면 문재인 대표 제안으로 새정치연합 한반도평화특위 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의원은 "전술적 접근으로 사실인정·사과·재발방지를 찾겠다면 난망하고, 포괄적 전략적으로 접근해 남북관계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대북정책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되면 여야가 쟁점마다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한 나머지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에 대한 문제에도 침묵한다고 지적해 왔다. 북한인권법 논란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으면 5.24 조치를 풀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진 보수정권이 지나치게 대결적인 자세로 남북관계를 악화시켜왔다고 비난했다. 박근혜정부가 이번에 남북대화에 진전을 보긴 했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처럼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평화 정착으로 나가야 한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할 전망이다. 북한과 경제교류를 활성화하는 '신 경제지도' 구상을 위한 조치도 요구할 전망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 결과는 여야 모두에 위기이자 기회다. 이번 접촉을 계기로 획기적인 관계진전을 이룰 경우 새누리당은 '보수정권이 안보에 취약하다'는 야당의 공세를 만회할 수 있다. 이때 대북정책에 대한 야당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번 접촉에서 보듯 강경 일변도보다는 대화와 타협만이 긴장완화를 이끌어낸다는 야당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대북정책에 관한 한 새정치연합의 '주가'가 더 높아진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한반도 평화 안전보장특별위원장, 주승용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15.8.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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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철학 다른 정책..5.24조치 북한인권법 등 이니셔티브 경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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