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개혁보수', 정책 지향점과 주목배경

[the300][런치리포트-기로에 선 보수 여당③]

박경담 기자 | 입력 : 2015.07.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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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8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유승민 의원은 '시한 폭탄'을 남기고 떠났다. 유 의원 사퇴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 전투는 종료했지만 노선투쟁이란 더 큰 전쟁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부상할 전망이다. 당장 유 의원은 사퇴문에서 "제가 꿈꾸는 보수를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며 자신이 앞세운 개혁 보수를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유 의원의 생각은 지난 4월 실시한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에 잘 드러나 있다. 우선 그는 '어제의 새누리당은 경제성장과 지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라며 기존 보수를 규정했다. 보수 정당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인 친기업, 친시장 노선에서 탈피하겠다는 것.

개혁 보수의 방점은 경제와 복지 분야에 찍혀 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한 유 의원은 기존 보수를 개혁할 해법으로 재벌·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특혜 방지를 내놓았다. 그는 보수 진영의 성역이었던 '법인세'에 대해 인상 방침을 밝히고 재벌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똑같은 처벌'을 강조했다. 대기업 총수 사면 가능성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복지 분야에선 '중부담 중복지'를 천명하며 성장 중심의 정책을 추구했던 기존 보수 정권과 차별점을 드러냈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와 공기업부터 정규직 전환에 나서고 대기업 하청단가 인상을 언급하는 등 진보적 색채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주목할 부분은 유 의원이 제시한 가치가 기존 소장·개혁파들 목소리와 비교해 색다르지 않음에도 크게 부각된 점이다.

여당 노선투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친기업, 친시장 정책에 대한 수정 요구는 수차례 있었다. 16~18대 국회에서 이미 미래연대·수요모임·민본21 등 소장파 모임들이 청와대와 당 주류세력에 쓴 소리를 하며 쇄신을 주도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표적이다.

유 의원 본인도 지난 2011년 당 대표 선거 출마 당시, '용감한 개혁'을 전면에 내걸고 감세 중단, 무상급식, 무상보육 수용, 차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도입 등 기존 보수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노선투쟁의 끝은 언제나 소장·개혁파의 패배였다. 남 지사·원 지사는 비주류 딱지를 떼지 못했고 유 의원도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시 홍준표 의원에게 졌다. 18대 국회에선 핵심 소장파였던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당을 탈당했고 18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성안한 김종인 박사는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기도 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정치권 안팎에선,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신상품도 아닌 개혁 보수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로 박 대통령을 꼽았다. 유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 등 박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 철학에 정면 도전하고 이를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재반격하며 만들어낸 긴장 관계가 생산적인 갈등을 낳았다는 얘기다.

기존 보수 세력에 대한 피로도가 개혁 보수를 호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등 기존 보수 진영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며 변화하는 보수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보면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유 의원 뒤에는 30·40대, 수도권 등 야당 성향 유권자가 있다. 당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목소리와 개혁 보수가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울러 19대 국회에서 소장파 목소리가 실종됐던 점 역시 상대적으로 유승민식 개혁보수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냈다. 과거 노선투쟁에서 초·재선 의원들이 당 혁신에 앞장선 것과 달리 19대 국회 들어 초·재선 의원들의 개혁 목소리는 드물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 받은 이들이 상당수라 운신의 폭이 적었던 탓. 이에 따라 유 의원의 개혁 보수가 과거 개혁·소장파보다 상대적으로 부각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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