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인성'도 사교육으로?…'인성교육법'의 명암

[the300]인성교육진흥법 '초스피드' 국회 통과…진짜 '인성 교육'에 대한 숙려 필요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성교육실천포럼, 경제5단체, 정부 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협약서에 사인한 뒤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화 국회의장, 정병국 의원, 김종덕 문체부장관, 김신호 교육부차관, 장윤석 의원./뉴스1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이 한달여 남았다. 앞으로는 학교에서 '인성'도 배우는 시대가 열린다. 현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 분위기다. 대다수는 아예 무관심하다. '인성'이란 개념의 무게감에 비해 법안 논의 과정은 턱없이 짧았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그야말로 '초스피드'로 통과됐다. 법안을 담당하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에서 한차례 정회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는 '큰 파장이 없는 법', '국회의장이 추진하는 법'이라는 힘이 작용했다. 교문위 위원 몇몇은 법안 심사에 앞서 "정의화 의장님이 전화를 해 법안처리를 부탁했다"고 언급했다.


애초 이날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교문위에 계류돼 있는 '학생안전법안'만을 심사하기로 한 날이었다.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전법안만 심의하기로 하고는 왜 인성교육진흥법안이 끼어들어왔느냐"며 불편함을 보이기도 했다. 법안소위에서 다룰 안건을 상정하는 데에만도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교문위의 특성상 문제제기가 가능한 부분이었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입법 취지에도 '세월호 참사'가 적시돼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 인성이 무너진 것이 확인됐다는 것. 학교에서부터 '인성'을 가르쳐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날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교육진흥원'을 설립하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주무 부서가 교육부로 지정된 후 통과됐다. 야당 의원들은 새로운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진흥원 설립 내용만 들어내는 조건으로 법안 처리에 찬성했다.


(향후 정 의장은 인성함양진흥재단을 설립해 시민사회에 인성운동을 전개하고 필요한 재원 조성을 가능케 하는 '인성함양진흥재단법'을 추가로 냈다.)


그렇게 교문위 벽을 넘은 법안은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도 무사통과 됐다. 우리 사회 무너진 인성을 학교에서부터 회복하자는 법안 취지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자 각종 '인성 전문가'들이 활개를 띠었다. 인성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각종 '지도사' 자격증도 생겨났다. 한 단체에서는 '인성교육실천 인증급수'를 마련해 수준에 따라 1급에서 8급까지 급수증을 발급하는 내용도 내놨다.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도 비슷한 발상들이 섞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인성 수준을 평가하자', '대입과 연계해야 한다' 등 설익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대학 입학과 연계시키지 않고는 학교에서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발상이었다. 이미 교육부에서는 인성교육지수 개발 연구도 준비된 상태였다.


논란이 되자 법안을 마련한 정 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인성교육은 장기간에 걸쳐야 효과가 나타나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도 인성 테스트 내용을 빼고 시행령을 만들었다.


결국 시행령의 타겟은 '선생님'이 됐다. 지난 15일 발표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교원 연수기관 직무연수 과정에 인성교육 역량 강화 과목을 운영하고 교대나 사범대 등에서는 인성 관련과목을 필수로 개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두가지다. 회의적이거나 무관심하다. 학 중학교 교사는 "이미 학교에서 이런식으로 하고 있는 교육이 허다하다"며 "선생님의 업무 부담만 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교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인성교육 활동이 이미 있다"며 "굳이 법제화해서 시행한다고 더 나아질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회의감을 내비쳤다.


논란은 이미 예견됐다. 이미 인성교육진흥법 관련 토론회에서도 '인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공방이 오갔다. 법안 검토보고서에서도 '인성'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인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념화 될 수 있는지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불분명한 개념을 가지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초 인성교육진흥법의 입법 취지는 '과도한 경쟁과 입시 위주 교육으로 피폐해져 가는 학교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러한 진단이 유효하다면 그 해결책도 '과도한 경쟁이나 입시 위주 교육'을 타파하는 쪽으로 수렴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갔다. '인성을 수업한다'는 법안이 추진되자 사교육 업체들은 발 빠르게 '인성'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기존 콘텐츠에 글씨로 '인성'만 덧붙이는 일이 허다했다.


이런 교육 환경에서 과연 인성교육진흥법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까? 국회가 조금 더 고민하고 치열하게 토론했다면 진짜 '인성 교육'의 실마리나마 찾을 수 있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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