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겸직 범위 넓어 '당황'"

(서울=뉴스1) 박철중 기자=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디어담당관이 새로 바뀌는 국회 한글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왼쪽은 기존 배지. 2014.4.16/뉴스1

당초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마련된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이 취지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에 대해 정호영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위원장이 "당황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위원장은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규칙안을 보면 겸직의 범위를 굉장히 넓혀놓은 듯 한 내용들이 있다"며 "체육단체 등 (국회의원들이 이미) 각종 활동하고 있는 분야를 적시해 겸직 가능이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법에 의하면 예외적으로 (국회의원의 겸직이) 가능한 것은 공익목적의 명예직"이라며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산하에 움직이는 단체들을 직접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특권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에서 좀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13일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현역의원 95명 의원이 신고한 306건 가운데 100여건이 겸직 불가능한 선상에 있다고 겸직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강 의장은 이 심사를 바탕으로 체육단체장을 겸직한 24명을 비롯해 100여명의 현역 의원에게 겸직불가와 영리업무 종사금지를 통보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공익목적의 명예직에 대해서는 해석의 문제가 있지만 (대개) 명예직이라는 것은 비상근에 보수를 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겸직에 대해 잘못 신고했거나 하지 않거나 또는 통보를 했는데 사직을 안했거나 이런 경우에는 징계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문자 그대로 보면 '국회의원이 특혜로 인식돼 온 국회의원의 겸직과 영리업무 종사를 엄격히 제한한다',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런 취지로 보면 (겸직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국회 운영위원회가 마련한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에 관한 규칙안'은 겸직금지 예외를 규정한 국회법 29조에서 공익목적의 명예직을 '학술과 종교, 자선, 기예, 문화, 체육, 장학, 안전, 복지 기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의 비상근·무보수 직'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6월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 의사결정권을 갖는 직책까지 예외에서 제외해 사실상 일반 단체의 모든 겸직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됐던 것에 비춰 겸직이 가능한 직책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예컨대 체육단체장은 대부분 겸직가능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은 직을 유지할 수 있다.

또 독립기념관 이사와 대한적십자사 대의원, 유네스코 위원 등 문화 관련 단체의 직책도 예외를 적용해 겸직을 허용했다.

교수 겸직에 대해서도 총장이나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 강사는 금지했지만 객원교수와 겸임교수, 석좌교수, 명예교수, 겸임강사 등은 겸직이 가능한 것으로 간주했다. 결국 교수들의 의회 진입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된다. 석좌교수 겸임교수 등 '비상근 무보수' 직이라 하더라도 이른바 '거마비' 등 실비를 받는 경우가 많아 겸직금지 법안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개정된 국회법 29조에 따르면 공익목적의 명예직이나 정당법에 따른 정당의 직 외에는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의장은 당선 전부터 직을 갖고 있던 의원들은 국회의장에게 겸직 여부를 신고해야 하고 이후 의장은 겸직금지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

한편 일부 의원들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금지 규칙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규칙안은 지난달 국회 운영위를 통과했지만 '특권 내려놓기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법사위에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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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호영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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