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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침몰사고 22일째인 7일 오후 전남 진도군청에서 수색구조 중간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제공, 유승관 기자.

'침몰 이후 구조자 0명', '실종자 집계 혼선', '압수수색 정보 사전유출', '간부급 골프회동'…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구조 및 수습 과정을 거치면서 그동안 일반 경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의 사각지대였던 해양경찰의 총체적 난맥상이 국민들에게 여과없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를 중심으로 해양경찰청에 대한 조직 대수술 방안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당장 △부패 직원 정리 △재난 전문가 충원 △해경 출신 전문 인사의 고위직 배치 등 인적 쇄신안이 힘을 얻는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순한 인적쇄신 차원이 아닌 대대적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령인 '해양경찰처과 소속기관직제'를 개정, 지방해양경찰청을 폐지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겠다"며 "지방청 폐지에 따라 남은 인력을 전원 일선 해양경찰서로 현장배치하고 경감급 이상 간부의 1계급 강등도 요청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조직 개선 필요하지만 속도조절…"美·日 참조해야"

정치권의 이 같은 즉각적 해경 책임론에 대해 행정 및 해경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해경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해경 조직문화의 문제가 불거지고 행정이나 구조 기능이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조직의 대 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너무 성급하면 안 된다. 국가안전처 등 새로운 조직이 정부차원에서 구성될 때 같이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해안경비대(USCG)나 일본의 해상보안청 등 선진국의 해양보안체계와 역사를 참고해 우리 해경에 접목시킬 부분을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난 상황 뿐 아니라 전반적인 해상 보안 및 안전 관리에 있어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호래 군산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문제점이 노출된 상황에서 극단적 분위기만 형성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해경의 특징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의 해상보안 관련 기관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모든 부분에서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는 '해안경비대', 日은 '해상보안청'에 일임

실제로 해상치안과 보안 및 안전 관리를 해안경비대와 해상보안청에 각각 일임하는 미국·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해상치안 관리는 해양항만청과 해양경찰청, 관세청, 출입국관리국 등에 분산돼 있어 통일된 행정집행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도 분산됐던 업무를 일원화 하는 과정을 겪었던 만큼 그 과정을 우리나라 해경 조직 개편에 어느 정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의 경우 1790년 8월 설치된 미국세관감시부(Revenue Cutter Service)와 1874년 6월 설치된 미국인명구조부(Life Saving Service)가 1915년 1월 통합되면서 발족했다. 항해 안전, 해상 인명 및 재산 보호와 관계된 직무를 전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일본 해안보안청은 해운총국의 불법입국선박감시본부, 구주해운국의 불법입국선박감시부, 경찰, 세관, 검역소, 해운국 등에서 분산된 해양 보안 및 안전업무를 통합해 1948년 5월 미국의 해안경비대를 모티브로 발족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해양 관련 행정 집행은 모두 해상보안청으로 일원화 돼 있다.

◇해경 소속, 내무부→경찰청→국토부→해수부…"업무 일원화 필요"

두 나라 모두 일찌감치 해상 보안 및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직을 발족, 관련 업무를 일원화 해 업무 독립성을 확보해 현재까지 제도를 유지 중이다.

1955년2월 해양경찰대 창설이후 △해무청 해양경비대(1961년) △해무청 해체(1961년) △내무부 치안국 편입(1962년) △내무부 치안본부 소속(1974년) △경찰청 소속(1991년) △해양수산부 외청 독립(1996년) △국토해양부 소속(2008년) △해양수산부 소속(2013년) 등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환경을 조성해 온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노 교수는 "해상 관련 업무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토론도 없이 우리나라 해양경찰조직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업무의 재조정과 일원화가 필요하다"며 "다만 문제가 있다고 당장 통합하고 폐지하고 강등하는 것은 눈에는 띄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