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피싱 악용' 발신번호 변작 5년간 208곳 적발…영업정지는 0건

[the300][2023 국정감사]과태료 5년간 10억원·번호 거짓 표시 신고 年2만건↑…이인영 "규제 강화해야"

지난 5년 간 불법적 발신번호 변작(변경) 행위로 208개 통신사업 업체가 적발돼 10억여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발신번호 변작이 악용되는 현실이지만 현행법상 영업정지 처분은 불가능해 제재를 강화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전파관리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전파관리소는 매년 200여개의 특수부가통신사업·기간통신사업 업체를 대상으로 발신번호 변작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검사하고 있다.

발신번호 변작은 전화 및 문자를 보낼 때 실제 발신하는 번호 외 다른 전화번호 등으로 표시하는 행위다. 원칙적으로 불법이며, 공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수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 법으로 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이용이 가능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대국민서비스를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거짓으로 표시된 전화번호로 인한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거짓으로 표시된 전화번호의 발신을 사전에 차단하고, 적발된 경우 서비스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 또 국외에서 국내로 발신된 전화에 대해선 국외 발신임을 안내해야 한다. 이를테면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을 위해 해외 전화번호나 070 같은 인터넷 전화를 '010'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의무조치를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인영 의원실에 따르면, 전화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등 행위로 2018년 이후 총 208개 사업자가 처분을 받았다. 과태료 처분 건수는 209건으로 10억2400만원의 과태료가 처분됐으며, 시정명령은 148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8년 이후 처분을 받은 208개 사업자 중 2번 이상 과태료 처분 또는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 곳이 41곳(19.7%)이며, 이 사업자들이 처분받은 과태료만 4억3750만원으로 전체 사업자들이 처분받은 과태료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번 이상 처분된 41개 사업자 중 인터넷을 통해 문자를 발송하는 특수부가통신사업자가 대부분(32곳)을 차지했으며, 기간통신사업자가 3곳, 특수부가통신사업과 기간통신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업체가 6곳이었다.

한편 2018년 이후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발신번호 거짓표시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번호 거짓 표시 신고는 19만922건으로, 매년 2만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전파관리소는 "반복적으로 과태료 또는 시정조치를 받는 사업자들은 대부분 영세 사업자로, 직원 수도 많지 않고 직원이 자주 바뀌어 행정적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사업자들의 위반 내역을 살펴보면, 발신번호를 변경해 문자 등을 발송하는데 필수적으로 해야 할 본인 확인 등을 이행하지 않아 얼마든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문자 등을 발송하는 특수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자본금만 있으면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으며, 등록 필수 요건인 '이용자 보호계획서', '기술적 조치 실시 계획' 등에 명시해야 할 항목도 비교적 간소하다. 이로 인해 지난달 기준 인터넷 문자 발송 특수부가통신사업자는 1144곳으로,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인영 의원은 "쉬운 등록요건을 바탕으로 손쉽게 특수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된 업체들이 정작 지켜야할 사전조치, 사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중앙전파관리소에 제출해야 할 자료도 거짓으로 제출하는 등 비협조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업정지라는 처벌규정이 없는 탓에 '과태료 내면 그만'이란 식의 업체들이 2번, 3번, 많게는 4번 이상 잘못을 반복해 처분받고 있다"며 "특수부가통신사업자들의 등록요건을 강화시켜 발신번호 변작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의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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