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조금 못하는 줄" 부모도 몰랐다…병무청 검사 결과에 '깜짝'

[병무24시]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2023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시작된 1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병무지청에서 입영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2023.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씨가 자신의 아들이 인지능력 분야에서 '경계선' 위를 걸어 왔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지난해 8월의 일이다. 당시 병무청의 정밀심리검사 결과 아들이 경계선 지능 및 지적장애에 따라 4급(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낯을 많이 가리고 공부를 조금 못하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다"며 "대학생활이 어떤지 물었더니 아들이 친구도 없어서 밥먹고 수업듣는 것도 다 혼자 한다고 해서 놀랐다"고 했다.2003년생인 아들이 겪었던 19년 인생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아빠는 그제서야 알게 됐다.

병무청이 입영대상자가 정신분야에서 처한 문제를 입영 대상자나 부모보다 먼저 발견하고 있다. 검사를 정밀화하면서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물론 각종 정신의학 분야 문제를 찾아 조기 치료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 2023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시작된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인지방병무청에서 입영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3.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9일 병무청에 따르면 2022년 병무청 병역판정검사 결과 정신건강의학 분야를 사유로 4급과 5급(전시근로역) 판정 나온 수검자가 크게 늘었다. 2022년 정신건강의학 사유 4급 판정자는 4939명으로 같은해 전체 4급 판정자(2만6560명) 가운데 18.6%를 차지했다. 2013년엔 4급 판정자(1만6862명) 가운데 8.4%(1413명)에 불과했다. 2022년 전시근로역인 5급 판정을 받은 전체 수검자는 6286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신건강의학사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1330명)였다. 2013년엔 5급 판정 수검자 5924명 가운데 12.9%(767명)가 정신건강의학 사유였다.

병무청 심리검사는 과거 인성검사 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검사하는 2단계 절차에서 심리검사, 임상심리사 검사, 정신건강의학과의사 검사의 3단계 검사를 거쳐 최근 정밀심리검사를 추가한 4단계로 실시되고 있다.

실시 기관은 1차 지방 병무청(14개 병무청·15개 검사반)를 거쳐 2차는 중앙병역판정검사소가 맡는 '2심제'가 적용되고 있다. 검사 당일 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 병역판정검사 의사 면담 등이 이뤄져 병원, 진료안내를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신건강검사보다 빠르게 연계 치료가 가능하다.

정신과 재신체검사 대상인 아들을 둔 B씨는 "이혼 후 먹고 사는게 바빠 내 아들을 제대로 돌볼 겨를도 없었고 답답해서 자주 다투기도 했다"며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내 아들이 힘든 상태라는 것을 생각도 못하다가 병무청을 통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마음의 감기'로 불리는 우울증처럼 방치하면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 처음 판명되는 곳도 병무청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 휴학생으로 지난달 우울장애에 따라 4급 보충역 판정이 확정된 C씨는 "학교다닐 때 친구관계도 힘들었지만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고 그래서 정신과 병원에도 가보지 못했다"며 "부모님께 말해서 정신과 치료도 받게 돼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고 했다.
(서울=뉴스1) = 군특성화고등학교 교사와 국방부 관계자가 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병무정책 이해도 제고를 위해 진행된 병역판정검사 전 과정 체험에서 채혈을 하고 있다. (병무청 제공) 2023.7.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병역의무자 본인이 원하는 경우 임상심리사의 가족상담도 받을 수 있다. C씨는 임상심리사를 만난 뒤 "선생님을 만나 내 속마음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 발생한 정신건강의 문제는 삶의 질 뿐 아니라 국가적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 국가인 한국의 문제를 풀려면 병무청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범정부 차원의 조기 발견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시설을 늘려 지역사회의 건강·심리 문제 해결에 조기 대처하는 방안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살자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가리켜 '마이크로 재난'이라고 표현하며 "만약 자살 사별자가 많다면 그 사람들이 고위험군이 될 수 있고 여기저기서 마이크로 재난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공중보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50대 모친이 극단적 선택을한 20대 청년이 있다고 가정하고 "자녀는 고위험군이 되는데 20대 청년의 정신 건강을 좋게 하려고 한다면 사실은 전국민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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