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국회 인준될까?...野 신중론

[the300]'과반 출석 과반 동의' 뚫고 국회 인준 가능성은…실력 인정받고 사회적 약자 인권 신장에도 기여

이균용 대전고등법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법원, 대구고등법원 등 각 지역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한 가운데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인준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자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법리에 해박하고 실력을 인정받는 판사란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마냥 반대하긴 쉽지 않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그간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갈 대법원장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1990년 서울 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전국 각급 법원에서 판사와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대법원 연구재판관도 두 번 역임하는 등 32년간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온 '정통 법관'이란 게 김 비서실장의 설명이다. 법원 내 엘리트 법관들의 모임으로 꼽히는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후보자가 신임 대법관이 되기 위해선 국회 인준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패싱'이 통하지 않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임명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마음도 사로잡아야 한단 의미다.

주류 엘리트 코스를 거친 이 후보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2021년 대전고법 원장 취임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대해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균형을 잃은 법원의 정상화를 기대하고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8.16/사진=뉴스1
다만 이 후보자는 실력과 인품 면에서 두루 인정받는 정통 법관인 데다 장애인과 노동자 권리 보호에 앞장서고 개인의 초상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판결을 하는 등 사회적 약자 인권 신장에도 기여했단 평을 받는다. 보수 성향이지만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려왔단 점에서 민주당에서 강하게 반대할 명분이 적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일단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념 문제를 지적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을 지명한 것은 아쉽다"며 "'사법농단'에 관여한 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천공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책에 대한 출판·판매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는 등 보수적인 정치 성향에 대해 우려할 만한 판결들이 있다"고 했다.

또 "이균용 후보자가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법원을 지향하며 현재의 법원장 추천제도를 폐지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부활하는 등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부적격은 아닌가'란 질문에 "저희는 인사청문회 하기 전에 적격, 부적격이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아 청문회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대개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어떤 분인지 파악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8.21/사진=뉴스1
일부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과 사적 친분이 있고,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농단 시 특별히 문제 없다는 태도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기 전에 법원의 독립이란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주변 법조인들에게 물으니 일본 관련해 평소 발언 등을 보면 아주 국수주의자에 편향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의도적으로 날릴 카드를 먼저 보내고 날린 다음에 나중에 진짜 임명하고 싶은 사람을 밀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균용 후보자는 약간 보수적 측면이 있는지 몰라도 우리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규범 위에 있는 분이라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유민주주의 규범 위에 서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던 사람"이라며 "민주당이 이 후보자를 거부하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에서 부결된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 후 중도 성향의 안철상 선임대법관이 대법원장 대행을 맡게 된다. 이 경우 신임 대법원장 취임 전까지 주요 재판과 무관치 않은 핵심 법관 보직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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