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대통령이 팔아버릴 수 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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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청와대 업무 회의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뭐였는 줄 아느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가 취기가 거나하게 오른 뒤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가 알려준 답은 '지지층 결집'이었다. 각종 정책을 펴고 메시지를 내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지지층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돌이켜보니 전체 국민을 생각하거나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건 뒷전으로 느껴졌다는 고백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은 부동산 정책도 국가채무 1000조원도 아닌 국민을 갈라치기한 것이란 지적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편을 가르면 메시지는 시원시원해진다. 여기에 반일감정까지 얹으면 도덕적 우위까지 차지한다. 민정수석이 대놓고 죽창가를 올렸던 시절이다.

#"매국노"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됐지만 관련 기사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악플이다. 일부 누리꾼들이야 익명에 기대 마음껏 댓글을 단다지만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얼굴을 내걸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다.

한일정상회담 다음날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이러다가 나라 팔아먹는 거 아니냐고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정청래), "무능과 굴욕의 종합판"(고민정), "역사를 팔아넘긴 하면 할수록 손해인 비정상회담"(서영교) 등이다.

물론 복잡한 자국 정치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유감 표명은 최선을 다했다지만 아쉬운 측면도 있다. 틈만 나면 불거지는 일본 우익의 작태는 여전히 국민 정서를 자극한다. 그렇다 해도 국회 다수당 지도부의 공격엔 국익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지 않는다.

#"알려진 거보다 더 위험했고 더 어려웠습니다." 수단 교민탈출 '프라미스' 작전에 깊이 관여한 한 인사는 모든 과정에 그야말로 신의 도움이 있었다고 했다. 여러 보안 문제로 세세하게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피신시킨 일련의 모든 과정은 영화 '모가디슈' 못지않게 위험했고, 기적처럼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 국민을 함께 구출할 때 우리가 큰 도움을 줬다.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이 역시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았을 뿐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답방에서 깊은 감사를 표한 건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었다. 우리를 도와준 건 동맹국 미국과 형제의 나라 UAE(아랍에미리트)였다. 진심을 나눈 외교는 결정적 순간에 국민의 생명을 구한다. 일본과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우리가 언제 벼랑 끝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나, 기로에 서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한 정부 고위관계자가 수십 년 관료 생활에서 늘 대한민국은 위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대통령 순방을 수행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우리를 보는 해외의 시선에 새삼 놀란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반도체, 배터리, 우주, AI(인공지능) 등 최첨단 산업에서 협력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

역사는 잊어서도 안 되고 잊을 수도 없다. 동시에 선진국 반열에서 G8(주요 8개국)을 노리는 대한민국의 오늘도 직시해야 한다. 100여년 전 우리 선조들이 국제사회에 아무리 호소해도 누구도 들어주지 않던 나라가 더 이상 아니다. 대통령 한 명이 팔아버릴 수 있는 만만한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또 한번 갈림길에 섰고 방향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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