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것 탐내지 않았다" 원폭 희생된 한인 3만여명…韓日정상 참배 의미는

[the300]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고 다른 겨레를 해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함께 참배키로 합의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뒷면엔 조선인 원폭 희생자를 기리는 비문이 이렇게 새겨져 있다.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비석 뒷면에는 "1945년 8월 6일의 원폭투하로 인해 2만 여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는 '위령비의 유래'도 적혀있다.

1970년 재일 동포 모금으로 세워진 해당 위령비에 윤 대통령이 참배하는 것은 역대 우리 대통령 중 첫 참배에 해당한다. 한일 정상의 공동 참배도 전례에 없던 일이다. 일본 총리의 참배는 1999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헌화 이후 처음이다.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위령비 공동 참배에 대해 "같이 참배하는 것으로 아는데 좋다고 생각한다"며 "원폭의 피해자인 한국 영혼들을 달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원폭 돔). /사진=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외교가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일본 국내에서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조선인 희생자 참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인 원폭 희생자 문제가 일본의 강제동원 이슈과 얽혀 있다는 과점에서다.

대일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일본도 국내적으로 의견을 가진 사람이 다양하고 참배에 반대하는 쪽도 있을 것"이라며 "강제 동원돼 오신 분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참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 동원 배상 판결금에 대한 3자 변제를 결정하는 등 한일 관계 경색을 타파하려는 행보를 보인 것이 기시다 총리의 위령비 참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이 내란이 벌어진 수단에서 우리 국민 28명을 구출할 때 일본인 5명의 대피를 도와주면서 기시다 총리가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7일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2023.5.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일 정상 공동 참배 결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인 미군에 의한 원폭 투하와 관련해 G7(주요7개국)정상회의에서 밝힐 메시지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나가사키에 있는 원폭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에는 한인 희생자가 수천 명에서 1만명으로 기재됐다. 히로시마 나가사키를 합치면 3만여명의 한인이 원폭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간 미국 측은 원폭 투하와 관련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미국인 과학자로서 미군의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 상공에 있었던 해롤드 애그뉴 박사는 2005년 일본인 피폭 생존자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고 사과를 거절하며 "진주만을 잊지말라"고 반응한 것이 일본 방송의 전파를 타며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타격한 것이 미국의 2차대전 참전 배경이 됐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평화기념관은 "G7 히로시마 정상회의 개최에 따라 각국 정상 등의 요인이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며 5월18일부터 21일까지 휴관을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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