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류성걸 "재정준칙 법제화, 지금이 적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재정은 국가경영의 핵심이며 국민경제 최후의 보루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 경제는 탄탄한 재정을 디딤돌 삼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랬던 우리나라의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2022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가 11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최근 3년간 적자액이 무려 319조6000억원에 이른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 GDP(국내총생산) 대비 36%였던 국가채무는 2022년 말 1067조7000억원(GDP 대비 49.6%)까지 늘었다. 규모와 비율 모두 최고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2026년 66.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국회예산정책처는 2070년에 186%에 달할 것으로 전망해 더욱 암울하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급속한 국가채무 증가는 정말 걱정이다. 그래서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재정준칙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 운용의 목표로서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총량 재정 지표에 대한 수치를 제시하고 이를 준수토록 규율하는 재정 운용 체계를 말한다. 재정준칙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독일처럼 헌법에 규정하는 예도 있다. 영국, 프랑스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우리보다 더 높은 비율로 복지지출을 하는 스웨덴, 핀란드는 우리가 도입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강한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다.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복지지출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기우라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재정준칙 열등생으로 남아있다. 국제적으로도 IMF, OECD와 같은 국제기구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재정준칙 도입 여부에 관심이 크다. EU(유럽연합)를 비롯한 코로나19(COVID-19)로 재정준칙 적용을 유예했던 여러 나라가 내년부터 재정준칙을 다시 운용하기 위해 논의 중이니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좋겠다.

정부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경제활력 제고 등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위해 적자재정이 불가피할 때도 있다. 그 부담을 현세대가 지지 않으면 미래세대인 우리 손자 손녀들이 갚아야 한다. 따라서 재정준칙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일을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재정준칙 도입 관련 공청회 개최를 완료하는 등 재정준칙 도입논의를 진행해왔다. 여야 모두 도입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주요 쟁점들도 대부분 해소된 듯했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이 이런저런 이유로 논의를 더 진행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제 곧 주요 정치 일정이 다가옴에 따라 각종 예산 요구가 폭증할 것이다. 그러면 재정준칙 도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개최 예정인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재정준칙을 담고 있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여야합의로 처리될 수 있도록 야당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 재정준칙은 대한민국 전체와 미래세대를 위해 혈세를 책임감 있게 쓰겠다고 약속하는 입법이다. 지금이 재정준칙 법제화의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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