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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강성 팬덤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주당에 중도층은 염증을 느끼고 이탈했고 지지층은 투표 보이콧으로 경고했습니다." - 박정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

"처럼회는 해체해야 합니다." -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팬덤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21일 당내에서 터져나왔다. 6·1 지방선거에서 악전고투했던 시·도당위원장들은 '팬덤 정치'에 중도층이 "염증을 느낀다"고 했고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팬덤의 높은 지지를 받는 '처럼회' 해체를 촉구했다.

강성 지지층에 의존한 팬덤 정치가 민주당의 민주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가로막는다는 문제 의식인 동시에 이번에야말로 팬덤과 결별하고 중도층을 아우르는 대중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호소다.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작심발언' "팬덤 자체는 문제 아니지만…"
박정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재선·경기 파주을)은 이날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우선 팬덤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체 모임인 전국 시·도당 위원장 협의회에서 회장을 맡은 박 위원장이 다른 위원장들을 대표해 발언했다.

박 위원장은 "강성 팬덤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주당에 중도층은 염증을 느끼고 이탈했고 지지층은 투표 보이콧으로 경고했다"며 "주요 지지 기반인 40대의 저조한 투표율, 전국 최하위인 광주의 투표율 37.7%는 강력한 경고"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팬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했다. 팬덤 정치에 지나치게 의존해 균형 감각을 상실하고 결과적으로 특정 정치인과 진영의 논리를 합리화하는 데 급급한 정치인들의 태도를 겨냥한다. 민주당이 스스로 합리적 사고와 보편 타당한 가치를 추구하는 중도층 및 대다수 전통적 지지층과 멀어진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문제는 강성 팬덤 정치가 당내 숙의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데 있다"며 "팬덤 정치는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강성 팬덤 정치에 의존해 정당의 민주적 규범을 파괴하는 것까지 용인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민주당이 팬덤에 몰두한 채 고유 가치를 상실한 데 대한 쓴소리도 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부재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도 사라졌다"며 "진보의 가치가 사라졌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무능한 모습에 국민이 실망했고 전통적 지지층도 설득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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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이 이달 6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리는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박지현 '직격탄'…"처럼회 해체해야"
박지현 전 위원장도 가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처럼회는 해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위원장은 "강성 팬덤에 기대 당과 선거를 망친 책임을 인정하고 자숙해야 한다"며 "당심을 민심의 바다에 맞추지 못하면 민주당이 항해할 희망봉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폭력적 팬덤이 흔들어대는 당으로는 다음 총선도, 다음 대선도 이길 길이 없다"고 밝혔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성희롱 발언 논란으로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데 대해서도 "최 의원의 거짓 발언, 은폐 시도, 2차 가해 행위를 종합해 봤을 때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은 무거운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실상 최 의원을 재차 비판했다.

또 "김남국 의원을 비롯해 당시 회의에 참석하고도 진실을 감추고 최 의원의 발언을 숨기려고 보좌관 입단속을 시킨 의원들에 대한 처벌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처럼회는 민주당 내 초선 의원 일부 속한 모임으로 최 의원과 김 의원 등 20여명이 참여한다. 대체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 등에서 강성 지지층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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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달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를 발표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전당대회 앞둔 민주당…팬덤정치 결별 가능할까
갈 길은 '구만리'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단기적 성과를 노리는 민주당 의원들이 강성 팬덤 지지층을 외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내 곳곳에서 강성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 행태에 대해 연일 비판 목소리가 나오지만 바닥 민심이 느끼는 실질적 변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내 계파를 둘러싼 역학 관계도 결과적으로 팬덤 정치와 결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해 "조금 더 신중한 행보나 답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각을 세웠다. 고 의원과 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각각 대변인과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박 위원장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누구 잘못이란 말보다 진심 어린 성찰과 반성을 통해 당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혁신 방향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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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에 참석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