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새 정부에 '빅테크 규제 강화' 외치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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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2022.5.3/뉴스1
디지털 금융과 관련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금융사의 규제에 대한 완화를 골자로 한다. 금융사가 요구했던 규제 완화가 국정과제에도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사들은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를 과거에 비해 크게 줄였다. 업권에 대한 규제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6일 금융업계와 인수위 등에 따르면 새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디지털 금융혁신 방안을 담았다. 디지털 변환기에 놓인 현 상황에서 혁신금융시스템을 마련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디지털 금융혁신 방안은 기존 금융권에 대한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새 정부에서는 금융-비금융간 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들은 금융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반면, 기존 금융사들은 비금융 사업에 쉽게 진출하지 못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새 정부는 '빅블러' 시대에 적합한 방향으로 금융사의 업무 범위를 바꾸고, 종합금융플랫폼 구축을 제약하는 제도적 장애 요인도 해소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바뀐 금융사의 정책 요구 기조가 일정 부분 국정과제에 반영됐다고 평가한다. '동일기능-동일규제' 하에 빅테크도 금융사와 같은 수준으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는 같은 명목하에 금융사도 빅테크처럼 다양한 비금융 사업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해도 금융사들은 빅테크도 금융사와 같은 수준으로 건전성, 자본금 관련 규제 등을 받아야 한다고 금융당국과 국회 정무위원회에 건의했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내에 있는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이 구체적 사례다. 은행들은 새로 만들어질 종지업이 사실상 은행과 다름없다며, 이를 전금법에서 빼거나 은행 수준으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조가 최근에는 금융사도 빅테크처럼 규제를 풀어달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정책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계속되면 결국 금융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에서다. 빅테크와 여러 서비스를 두고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가 인수위 제출을 위해 마련했던 정책제안서 초안에는 은행권의 사업과 서비스 범위를 기존보다 늘리고,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이 핵심 제안이었다. 여신금융협회가 인수위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여전사가 비금융사에 출자하는 경우 규제의 유연한 적용을 받도록 하고, 카드사도 종지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카드업권의 경우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완화하자 오히려 반색하는 모습도 보였다. 빅테크 수수료율마저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카드사의 수수료율도 당국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빅테크사의 결제 수수료율도 신용카드 등과 같이 준수 사항을 정할 계획이라 밝혔으나, 국정과제에는 수수료율 공시체계 마련 수준으로 담겼다.

한편, 금융당국도 이 같은 금융사의 기조 변화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와 빅테크와 금융사를 둘러싼 규제에 대해 "금융사와 핀테크사 간 동반성장을 위해 경쟁 영역을 확대하면서도 규제 차별이 없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연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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