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여성가족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추천한 파견공무원 4명이 인수위에서 모두 배제됐다. 사진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사진=뉴스1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조직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정부 부처 내부에서 불안한 분위기가 감돈다. 특히 폐지가 논의되는 여성가족부, 통폐합 가능성이 나오는 교육부 등에서는 "현장 입장을 존중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만큼 대수술이 예고된 상황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진행된 대통령직인수위 브리핑에서 "여가부 폐지는 일관된 공약이었고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며 "인수위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서 국민 여러분께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윤 당선인의 공약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결과와 구체적 방안은 논의 중이니까 곧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일로 예정된 여가부 업무 보고 이후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폐지 위기에 놓인 여성가족부는 "차분하게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만연하다. 여가부 공무원 A씨는 "(인수위에 공무원 파견조차 배제되면서) 설마 이렇게까지 하냐며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분위기"라며 "결정에 따라 거주지나 환경이 바뀌니까 현실적인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통폐합설이 나오는 교육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교육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교육부 안팎에서는 교육과 과학기술 부처를 통폐합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에서 교육 전문가가 빠지면서 가능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윤 당선인이 교육부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보인 적은 없다. 이날 원 수석부대변인은 '과학기술교육분과 명칭이 통합을 염두해둔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 내용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수위 공무원 파견에서 배제된 여가부와 달리 교육부는 국장급 1명, 과장급 1명을 파견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통폐합을 이미 경험을 해본 교육부 내부에서는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고위공무원 B씨는 "교육과 과학기술 부처 통폐합은 이미 실패한 조직 모형"이라며 "당시 물리적 결합은 가능하지만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을 섞어 배치하다보면 새롭게 업무를 하는 초심자들이 온다"며 "요즘에는 업무 전문성이 상당히 필요한데 통폐합시 적응에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공무원 혼란, 비용 낭비, 부처 간 갈등 등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지만 새 정부의 조직 개편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역대 인수위는 국정철학을 반영하는 첫 단계로 조직 개편을 단행해 왔다. 국회입법조사처 '정부조직개편의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정부출범 이후 총 61회 정부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그동안 외교, 교육, 농림, 과학기술, 여성, 행정 등 분야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어 왔다.

이날 인수위는 정부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를 새로 구성하고 본격적인 조직 개편 논의에 들어갔다. 인수위 측은 "새 정부를 효율적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기획조정분과를 중심으로 하되 현재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모든 분과 의견이 수렴, 조율되는 협력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