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를 가치 평가 한다고?"…6년전 못다쓴 취재기

[the300][현장+] 간송 유찰사태…국보 거래 적절성 논란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p>마크 로스코의 전성기 시절인 '황금기' 작품 중 '무제'. 1956년. 캔버스에 오일. /사진제공=코바나컨텐츠
간송미술관 콜렉션인 국보 2점의 경매 유찰로 문화예술계에서는 '국보 거래 적절성 논란'이 고조된다. 차기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대선후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여야 후보들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는 6년전 '국보 평가 불능론'을 제기한 적이 있다. 국보는 경매 이력이 없는데다 우리의 역사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문화유산에 값을 매기는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유력 대선주자 부인으로 각종 논란에 직면한 김 대표는 지금 대외활동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스타 전시기획자'로 자리매김하던 때는 달랐다. 2016년 2월 문화 담당 기자로 취재할 때 김 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한 적이 있다. 미술품 보험 평가액 산정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국보와 관련된 김 대표의 견해는 평가액 산정과 직접적으론 무관해 기사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국보 유찰 사태'가 그 때 김 대표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당시 김 대표는 기자로부터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500억원(보험 평가액)'이라는 말을 듣자 "그런 역사적인 것을 가치 평가한다는 것은 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국내 전시회 기준으로 2조5000억원의 역대 최고 보험 평가액이 책정됐던 '마크 로스코전'(2015년·50점 출품)을 성황리에 마치는 등 전시업계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던 때였다.

50점이 출품된 '마크 로스코전 2조5000억원'을 단순 계산해 적용하면 1점당 500억원 꼴이다. 김 대표가 미국 워싱턴국립미술관으로부터 빌려 전시한 러시아 출신 미국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 그림의 평균 보험 평가액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2013년)에 나왔던 우리나라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립중앙박물관 소장·전시 당시 보험 평가액 500억원)과 같다는 얘기다. 보험 평가액은 전시 기획사가 보험료를 낸 작품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미술품의 가치로도 볼 수 있는 셈이어서 높은 평가액은 홍보 효과를 주는 측면이 있다.

물론 마크 로스코전 출품작들의 가치가 모두 동일하지 않을 것이기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보다 비싼 '500억원 초과' 그림도 해당 전시에 존재했다는 의미가 된다. 제작 연도상 1000년도 전에 만들어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몸값이 20세기 작품 보다 헐값인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국내 최초로 국가지정문화재 '국보'가 경매에 출품됐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에 따르면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 국보 ‘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이 출품된다고 밝혔다. 경매에 내놓은 건 재정난에 빠진 간송미술관으로 지난해에도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아 문화계에 파문을 일으킨바 있다. 국보 '금동삼존불감'은 추정가 28억~40억 원,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추정가 32억~45억 원에 매겨졌으며, 경매는 27일 오후 4시부터 열린다. 사진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 내 전시 중인 국보 금동삼존불감. 2022.1.17/뉴스1

김 대표는 "그런 것(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같은 국보) 자체는 아예 거래가 안 되고 있다. 나라의 국보기 때문에"라며 마크 로스코 그림과는 애초부터 비교가 불가능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화재보호법상 국보나 보물을 취득한 경우 문화재청에 신고 의무가 있고, 해외 반출·판매는 제한돼 거래 자체가 어렵다. 김 대표는 "마크 로스코 같은 경우는 국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 외에는 지금 현재 거래가 되고 있다"며 해외 유명 경매에 출품된 마크 로스코 작품값이 보험료 산정에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통상 미술품 보험료는 평가액 대비 0.1% 선이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즉, 평가액 2조5000억원 어치 전시라면 0.1%인 25억원은 보험료로 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렇게 가격 높은 그림이 (국내 전시를 위해) 대규모로 반출된 적이 처음"이라며 "(보험료는) 많이 낮춰서 진행을 했다. (마크 로스코 작품을 소장한) 미국 국립미술관 도움을 좀 받아가지고"라고 했다.

'억소리'가 절로 나오는 당시 김 대표의 서양 미술품 전시는 오늘날에도 '블록버스터 전시'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6년 전 김 대표가 했던 '국보는 시세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상시키는 일도 지금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경매 시장에 나왔던 국보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금동삼존불감은 각각 시작가 32억, 28억원에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간송미술관이 국가지정문화재에 부여되는 '상속세 0원' 적용의 수혜를 받았음에도 국보를 처분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안 팔린 국보는 나랏돈을 들여 사들여야 되는건지 논란은 분분하다. 국보가 경매 시장에 나온 것도 처음, 유찰된 것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제도적으로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등장한 '소수민족 한복'에 논란이 일고, 일본이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추진하면서 비판 여론도 뜨겁다. 그야말로 동북아 문화전쟁은 진행형이다.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 조문을 지켜 나아가는 길에 난관이 도사릴 수도 있다. 어쩌면 당연한 '국보는 시세가 없다'는 현실이 부딪힌 문화적 난제들의 해법도 대선후보들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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