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추경 증액" vs 홍남기 '결사항전'…文대통령 결단에 달렸다

[the300](종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여야가 20대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 확대 방안에 적신호가 켜졌다. 재정당국의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동을 걸면서다.

홍 부총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예산 편성권을 앞세워 추경안을 35조~50조로 늘리자는 여야의 공동 전선에 반대 입장을 수차례 나타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추경안 증액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찔끔찔끔 안돼", "보정률 100%"…여야, 홍남기에 '추경 증액' 한목소리


여야는 4일 국회 본청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홍남기 부총리에게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안 증액을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4일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원하는 등 11조5000억원이 소상공인 지원에 투입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BIS(국제결제은행) 자료를 인용해 2017~2019년 평균치 대비 2020년 이후 한국의 가계부채는 10%p(포인트)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3%p)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국가부채는 3분의 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우 의원은 설명했다. 우 의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가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아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국민들이 빚을 그대로 떠 안는다"고 질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저희는 소상공인 1인당 1000만원을 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찔끔찔끔해선 안된다"며 "총액 기준으로도 정부는 14조원인데 저희는 40조~50조원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 빚을 늘리는 국채 발행 말고 예산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우선순위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으로 예산 심의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손실보상금 산정을 위한 피해인정률(보정률)을 현행 80%에서 10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손실보상금 산정 산식은 '손실보상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대체로 '일평균 손실액 X 방역조치 이행일수 X 피해인정률 80%' 방식이 쓰이는데 현장 어려움을 고려하면 피해인정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를 두고 "누구의 책임인가, 그 분들 책임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국가가 보호하고 지켜줘야 하지 않나"라며 "피해인정률을 100%로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홍남기 '결사항전'…"여야 합의 구속되지 않는다"



홍남기 부총리는 결사항전의 뜻을 나타냈다. 14조원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한 2020년 2차 추경을 넘어서는 것으로 적은 규모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물가와 국채 시장, 국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제출한 규모 선에서 논의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여야 합의에 구속되기보다 나름대로 정부의 판단이 같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추경 증액에 사실상 한 목소리를 낸다는 지적에도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예고했다. 홍 부총리는 "14조원의 지출 규모가 국회에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또 손실보상 피해인정률 인상 주장에 "저도 200%로 드리고 싶다. 그러나 국가 재정을 그렇게 운영할 수 없지 않나"라고 잘라 말했다.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에도 "본 예산 국회 심의 때 국회에서 불필요한 예산을 요청하셨나"며 "집행도 하지 않은 1월부터 예산을 깎은 전례는 없다"고 반박했다.

전직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김 후보를 겨냥해 "일각에선 SOC(사회간접자본) 등을 중심으로 (예산을) 감액 조정하면 30조원을 쓸 수 있다고 한다"면서 △올해 SOC 예산이 28조원인 점 △SOC 예산 상당부분이 계속사업인 점 등을 근거로 난색을 표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홍남기 "주어진 미션 내에서"…文대통령 결단 달렸다



홍 부총리가 완강한 입장을 보이면서 이달 7일부터 진행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물론 여야가 초당적으로 뜻을 모으더라도 추경안 증액을 위해선 정부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역대 본예산과 추경안의 수정 편성 시 기존안 대비 2~3배 증액한 사례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정부는 당초 청와대와 교감에 14조원의 추경안을 국회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나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재정당국에 추경 증액을 주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추경 증액이 무산될 경우 비교적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여당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이 크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홍남기 부총리는 "저도 주어진 미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재정과 지출을 효율적으로 하고 필요한 부분은 재정 지원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국회와 견해 차이가 다른 것은 인정하나 무조건 재정을 아끼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9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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