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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사진은 1988년 취임 선서하는 노 전 대통령 모습.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2021.10.26/뉴스1 |
"믿어주세요"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선거 구호다. 신군부 출신에서 직선제 개헌 요구를 전면 수용한 인사로 격변한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자신이 '보통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 대구 달성에서 출생했다. 그는 1955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수도사단 맹호부대 대대장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관생도 시절 전두환씨 등과 함께 결성한 군 사조직 '하나회'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피살되자 전씨와 함께 12월12일 쿠데타로 군부를 장악했다. 이후 대통령 자리에 오른 전씨를 가까이서 보좌하며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1979년 9사단장, 수도경비 사령관을 역임했고 1980년 국군보안사령관에 취임해 제5공화국 출범 후 정무 제2장관에 임명됐다. 1982년 초대 체육부 장관에 임명된 뒤 같은 해 4월 내무부 장관으로 전임했고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정의당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그를 흔들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김대중 사면복권 및 구속자 석방 등을 담은 시국수습방안인 6·29 선언을 발표했다.
그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이 내세운 메시지는 "나 이 사람 보통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였다. 이미지 변신을 노렸던 메시지 전략은 정확히 통했다. 당시 야당 후보들의 분열도 그에겐 기회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36.6%를 얻어 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대 대선 최저 득표률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보통사람'을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부의 부당한 축적이나 편재가 사라지고 누구든지 성실하게 일한 만큼 보람과 결실을 거두면서 희망을 갖고 장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라며 "이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어느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성격이 우유부단하다는 이유로 국민들 사이에서 불리던 별명인 '물대통령'과 관련한 그의 발언도 어록으로 남았다.
노 전 대통령은 "물, 그것은 마시면 들어가고 흘리면 떨어진다. 그러나 그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는 과정을 보면 물의 힘은 참 크다"며 "'물대통령'이란 별명 참 잘 지어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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