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갈법' 비판에도 與 언론중재법 '입법 폭주'

[the300]野 강력 반발 속 문체위 단독 처리…25일 본회의 처리 예고(종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여당의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허위 또는 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19일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됐다. 야권은 물론 언론 관련 단체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의도라고 강력 비판했다.


野 반발 속, 與 언론중재법 상임위 단독 의결…25일 본회의 상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회의장 안팎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 대표 등이 피켓 시위에 나서며 강력 반발했지만,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체위원장이 기립 표결 절차를 진행해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했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졸속 입법을 비판하며 "10시간 내(19일 중)에 이 법을 의결해야 할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기 위한 숙려기간(5일)을 고려하면 이날까지 문체위 의결을 마쳐야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여야간 견해차가 큰 법안에 대해 최장 90일간 숙의하는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해 저지를 시도했지만 민주당은 전날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에 범여권인 열린민주당 소속 김의겸 의원을 배정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다. 야당은 안건조정위 구성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폭거의 흑역사를 민주당이 자행했다"며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를 위한 신념과 행동을 본받기는커녕 북한에서나 벌어질 법한 만행을 국회에서 탈법적으로 저질렀다. 90일 동안의 (안건조정위원회) 숙려기간을 깡그리 무시하고 단 1시간 만에 단독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꼬집었다.


野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려, 강력히 투쟁할 것"


야당의 반대는 회의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다. 피켓에는 '언론재갈! 언론탄압! 무엇이 두려운가!' 등 항의 문구가 적혔다.

이준석 대표는 "최근 우리 원내지도부와 지도부가 큰 마음 먹고 국민을 위해 마련했던 협치의 틀이라는 것을 민주당과 청와대가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것"이라며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 말살,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의미로 언론재갈법이라는 조롱이 나오기도 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구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해 정권비판 보도를 원천봉쇄하겠다는데 있음을 누구나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권을 향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는 현대판 분서갱유가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도 국회 상무위 회의에서 "언론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도 않은 채 기사만 검열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언론을 정권의 효율적인 홍보매체로 이용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배 원내대표는 "언론을 중재할 것이 아니라 입법폭주하는 민주당을 중재해야 할 형국"이라며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 특위 구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통과되면 '5배 징벌 손해 배상'…언론 자유 침해 우려 현실화


이날 문체위에서 의결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언론의 명백한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물적·정신적 피해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법원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으로는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을 달리 해 새로운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경우 등 4가지를 담았다.

단 △공적 관심사와 관련한 사항 △공익침해 행위와 관련한 사항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한 사항 등에 대한 언론 보도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고위공직자와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같은 개정안 내용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은 이달 초 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고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회 등 5개 언론단체도 "민주당이 입법권력을 이용해 언론을 길들이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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