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日만 봐도 '시각차'…"외교 대전략부터 수립하라"

[the300] "'미완의 공약' 다듬고 대국민 설득도 나서야"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한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영상 선언문에서 “국민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아닌 주권자를 대리하는 일꾼으로서 저 높은 곳이 아니라 국민 곁에 있겠다”며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2021.7.1/뉴스1
"동반자적 관계로 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 과정 자체는 굴욕적으로 갈 수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7월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지금 여기까지 왔다."(윤석열 전 검찰총장 6월 29일 기자회견)

일본의 수출규제 2년째를 맞은 무렵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외교가의 난제인 한일 관계를 두고 시각차를 보였다. 국제 정세와 관련해 내놓은 단편적 발언들은 '냉전 체제'를 연상시키듯 대비된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외교관은 아직 단편적인 언급으로만 드러난 상태다. 달리 보면 아직은 국민의 보편적 지지를 이끌어내면서도 차별화된 정책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G2(미국·중국)발 패권경쟁이 가속화한 여건에서 한국 외교의 '대전략'부터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재명 '투트랙' 연상 대일 관계 발언…윤석열 '죽창가'식 외교 노선 비판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참배, 분향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1.4/뉴스1
이 지사는 한일 관계와 관련, 지난 2일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것이지 가해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다 드러내되 필요한 것은 서로 수용해주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새로운 미래, 합리적인 관계가 열린다"고 발언했다. 이런 발언은 '극일'과 '대화'라는 '투트랙' 외교를 펼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코드를 연상시킨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윤 전 총장의 경우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NHK 기자의 질문에 '죽창가'를 거론하며 현 정부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죽창가는 한때 운동권에서 주로 불렸던 노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민정수석 재직 시절인 2019년 페이스북에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는데,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새삼 주목을 끈 바 있다.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균형'(이재명) '정체성'(윤석열) 등 양측이 내놓은 화두도 대조를 이뤘다. 이 지사는 출마선언에서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 세력의 충돌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며 "강력한 자주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중심 균형외교를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고 했다. 균형은 현 정부는 물론 참여 정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이 지사도 큰 틀에서 일정 부분 계승의 뜻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균형자론'(참여정부), '균형 외교론'(문재인 정부) 모두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기반으로 중국 등 타국과 외교도 강화한다는 슬로건이었다. 다만 일각에서 "한미 동맹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참여 정부·문재인 정부 모두 해명에 나선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줘 적과 친구, 경쟁자와 협력자 모두에게 예측가능성을 줘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점령군'이란 단어 하나로도 양측은 충돌했다. 이 지사가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말하자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미국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광복회장의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의 차기 유력후보인 이 지사가 이어 받았다"며 비판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미군 포고령에도 '점령군'임이 명시돼 있고, 윤 전 총장이 숭상할 이승만 전 대통령,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점령군'이란 표현을 공식 사용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점령군임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반박했다.



'G2 패권 경쟁'도 숙제…韓 외교 기로' 다가온다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2.24/뉴스1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양측의 외교 구상과 관련 "정치적 목적에서 지엽적 사안에 대한 발언들은 있었지만 정책의 큰 틀이 나오지 않아 현재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국과 중국이 부딪친 상황에서 우리의 전략적 정책이 아직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관계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것이냐가 통합적, 복합적으로 구성해 나가야 하는데 아직 깊이 있는 고민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전략적 외교를 하고 싶어도 국민(정서상 반발)이 있고, 또 국민만 생각하면 전략적 외교를 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구체적 얘기가 없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은 현실적으로 (외교 구상을) 푸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을 해야할 것 같고 이재명 지사는 (국익을 위해) 국민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방법도 생각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평화적 통일' '항구적인 세계 평화' 등 헌법에 나온 '평화'라는 표현을 거론하며 "평화라는 헌법적 가치와 분단이라는 현실을 직면하고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양면성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2000년 남북 제1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전문가들이 됐다"며 "남북관계를 소위 말해 대선이나 정치에 이용하면 우리 국민이 반드시 심판해 왔다"고 설명했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됐든 G2발 패권경쟁에 따라 한국 외교정책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한국 외교 정책의 숙제와 관련,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중시)과 전략적 모호성에 탈피해 한국의 가치 구분, 국익이 정의된 원칙 외교를 실행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원칙을 바탕으로 한국의 정책적 방향성과 미·중 사이의 민감한 현안에 대응하는 구체적 대응방안이 수립돼야할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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