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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첫 공개 일정에 나섰지만 입당 등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맞물려 자신을 향한 관심이 쏟아지는 데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입당 시기도 가늠이 더 어려워졌단 해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검찰총장 자진 사임 이후 언론에 사전 공지한 첫 행사였던 만큼 그의 발언에 이목이 쏠렸지만 별다른 '선언'은 나오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를 경청하고 있다. 좀 지켜봐 달라"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아직"이라며 "오늘 처음으로 제가 나타났는데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차차 아시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정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국립 현충원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이어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씨(28)와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 전준영씨(35)를 차례로 만났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이미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특히 이날 행사를 포함해 보훈·안보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은 자신에게 보수 색채를 덧씌우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또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국민의힘 입당으로 마음을 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 전 총장과 만난 권성동 의원과 정진석 의원 등도 취재진에게 "나에게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을 보면 국민의힘 입당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거나 "딴 데 갈 생각은 안 하고 어쨌든 우리랑 같이 정권교체를 이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진 행보'를 보이는 듯했던 윤 전 총장이 이날 발언을 자제한 데에는 최근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 쏟아지는 추측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자신과 만남을 가진 정치인들이 취재진과 접촉해 보도된 일부 기사들에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이 주요 논쟁 대상으로 떠오른 국민의힘 전당대회 분위기도 그의 부담을 가중시켰을 것이란 해석이다. 나경원 당 대표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윤 전 총장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입당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윤 전 총장은 공개 행보로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히되 국민의힘 입당과 같은 정치적 결단에는 '신중론'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그에 발맞춰 입당 문제 등을 본격 조율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기념식 행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이 전당대회 등 야권 흐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냐'는 질문에 "주의 깊게 보지 않겠냐"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이날 향후 행보 등에 대한 발언을 자제한 것과 관련해 "오늘 행사는 윤 전 총장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