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성폭력 원인 문구' 통편집…부정여론 차단 논란

軍 성인지 용역 문건 단독 입수

국방부 맞춤형 성인지교육 표준교안 개발 관련 기존 공고 문건(왼쪽)과 신규 공고 문건.

국방부가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를 위한 용역 문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출타제한' 등을 동성간 성범죄 원인이라고 지목했던 문구를 돌연 삭제했다. '격리장병 부실 급식 파문'에 놀란 군이 부랴부랴 장병처우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성폭력 관련 '원인 설명'을 문단 내 내용을 조정하는 식으로 통째로 제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측은 이와 관련 "군 내부자료의 일부 의견(판단)을 활용해 작성한 것"이라며 관련 선행연구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의 설명대로면 용역 방향에 직결될 수 있는 '사업추진 배경'이 검증도 없이 제시됐다 변경된 것이다. 한 해병이 130차례 선임병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등 군대발 성 파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군이 성범죄 예방에 시작부터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역 문건 문구서 사라진 '성폭력 원인'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3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국방부가 '국방부 맞춤형 성인지교육 표준교안 개발' 입찰을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재공고하면서 관련 첨부서류(국방부 맞춤형 성인지교육 표준교안 개발 제안요청서)에 '사업 추진 배경 및 필요성'으로 "병사에 의한 사이버성폭력이 증가하고 부대 내 동성간 성폭력이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강조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실었다.

이는 지난 4월9일자 동일 공고 문건에 "병사들은 '20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됨에 사이버성폭력이 증가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출타 제한으로 동성간 성폭력이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강조 교육이 필요함"이라는 내용을 기재했던 것에서 사이버 성폭력과 휴대전화 사용, 출타제한과 동성간 성폭력을 결부시켰던 표현을 각각 삭제한 것이다.

군은 입찰 결과가 저조해 재공고를 내면서 사업예산을 기존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높였지만 동성간 성범죄 등 최근 성범죄 원인 분석 측면에선 유보적 태도로 돌아섰다. 앞서 해병대 병사 선임 3명이 후임 1명에게 100차례 넘는 강제추행을 저질러 가해자 3명중 2명이 지난 2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1명은 3년형의 실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 솜방망이 처벌은 아니었다"는 반응도 일부 나오지만 동성간 성추행 근절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인다.


동성간 성폭력 비중 8.8%P 높아져 …"원인은 추후에"?



실제 머니투데이 더300이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지난해 우리 군에서 동성간 성폭력으로 처분을 받은 가해자(무죄, 혐의없음 등 제외)는 150명으로 전체 성범죄 가해자(182명)의 82.4%에 달했다. 2019년 대비 동성간 성폭력 가해자 수는 5명 늘었고 비중은 8.8%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 군은 오히려 문제 원인과 관련해 유보적 태도를 취하게 됐다. 특히 이번에 삭제된 문구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로 불거진 '부실급식' 파문에서 등장했던 키워드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격리장병 도시락 등 병사 처우와 관련한 제보를 병사들이 직접 휴대폰으로 촬영해 올리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후 병사들 사이에선 휴대폰을 빼앗겼다는 등 폭로가 나왔고 우리 군은 사실 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선 상태다.

국방부측은 기존 사업추진배경과 관련, "2019년 대비 2020년에 병사 계층에서 디지털 성폭력 및 동성간 성폭력 사건 발생 건수가 증가해 관련분야에 대한 성인지교육을 강화해야하는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업 담당자가 군 내부자료의 일부 의견(판단)을 활용하여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별도 용역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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