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군은 왜 애초 구속영장 청구 안했나? "영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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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1) 김정근 기자 = 2일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공군 중사의 영정이 경기도 성남 소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현실에 놓여 있다.

고(故) 이모 중사 성추행 사건 피의자인 장모 중사가 조기에 구속되지 않았던 이유는우리 군이 '장 중사가 영내 생활 중'이란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속 영장 청구 조건인 '도주의 우려'가 낮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논리대로라면 군 간부가 범죄를 저질러도 사실상 탈영만 하지 않으면 구속을 면할 수도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공군 측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실과 면담 과정에서 구속영장 발부·휴대폰 압수수색 등을 검토하지 않은 배경과 관련해 도주의 우려가 적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채익 의원실 관계자는 "공군 측에서 가해자인 장 중사가 영내에 있고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 영장 청구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가 지난 3월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군 내부에서 사건 무마와 관련한 회유나 은폐 요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중사는 '불안장애 등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아 2개월간 청원휴가를 다녀온 후 부대를 15전투비행단으로 옮겼지만 옮긴 부대에서도 '관심병사' 등으로 칭해지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가해자인 공군 장모 중사가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2021.6.2/뉴스1

국방부 군 검찰단은 사건이 벌어진지 3개월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 사이 이 중사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명을 잃었다.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한 셈이다.

군에 따르면 통상 군 간부의 숙소는 부대 내에 있거나 부대 바로 앞에 있다. 부대 바로 앞 숙소도 군 부지인 경우가 많아 영내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특별히 탈영만 하지 않는다면 성추행 혐의가 있더라도 구속영장 청구 조건인 '도주의 우려' 측면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의 한 지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도주의 우려 만큼 큰 것이 '증거인멸의 우려'"라며 "(구속되지 않고) 숙소에 있으면 (또 다른구속영장 청구 조건인) 증거 인멸이나 말을 맞추는 등의 우려가 높아진다.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영장 청구를) 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 조건인 '도주의 우려'가 군에 적용되는 방식과 관련, "실제로 영내에 있으면 도주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군인의 경우 아무래도 구속 영장청구의 필요성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의원실과 대화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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