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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가 전체적으로 '엄숙주의'에서 해방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봅니다. 이재명, 윤석열 트렌드를 보세요. 다시 솔직하고 소탈한 사람을 찾는 국민적 전환이 이뤄진 거죠. 그런 측면에서 이준석도 득을 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경험도 없고 후보자 중 가장 젊은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유가 뭘까. 이 전 최고위원의 분석은 명쾌했다.

2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 최고위원은 "제가 엄숙주의 맥락에서의 화법을 몰라서, 또는 못해서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저는 시대적 주류가 엄숙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읽었기 때문에 솔직함을 무기로 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은 가벼워서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인터뷰에서 그간 목소리를 높여온 젠더이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생각을 밝혔다. 그는 "여성 할당제가 더 낫냐 경쟁 체제가 더 낫냐 하는 문제는 저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더 논쟁할 필요가 없다"며 "실증적으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문제다. 이준석이 당 대표가 돼 경쟁으로 당직자를 뽑았을 때 실제로 여성이 진출하기 어려운가 그 결과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이와 관련한 논쟁을 펼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젠더이슈에 대해선 만약 이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고민한 분이 있다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측과 토론하고 싶다"며 "이 문제를 잘 모르는 우리 당의 '아저씨'들을 몰아붙이고 싶지 않다. 솔직히 화만 날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여성 할당제를 꾸준히 비판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 기득권층에 여성 비율이 남성 비율보다 훨씬 적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저는 여성 운동으로 바꿀 수 없는 걸 너무 강하게 운동으로만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 30년 전으로 돌아가면 가부장제하에서 불합리한 게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보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금 자연스럽게 수치가 보정되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만약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면 데이터를 보고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직군에선 여성이 경력단절로 인해 승진을 못 하는 문제가 심각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해선 경력단절 기간을 줄여줘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최대한 고립시켜서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데 할당제로 모든 걸 하려고 하니까 맥락에 안 맞는 보정이 생겨 역차별이 일어난다. 지난 1, 2년 동안 제도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여성의 삶을 향상시켰나 아니면 오히려 '배달의민족'과 '마켓컬리'가 여성의 가사노동을 직접적으로 줄여 삶을 향상시켰나 물으면 저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권리에 대한 부분은 운동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실질적인 차별이 발생하는 건 의외로 다른 지점에서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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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당내 경험이 부족한 젊은 당 대표가 어떻게 그 많은 중진 의원들을 이끌 수 있겠나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그에 대한 생각은
▶정치권은 비겁해서 이기는 사람을 따라다니게 돼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선거에서 이기는 법을 알고 싶어 한다.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두고 제가 말하는 비전이 합리적이라는 호응을 얻는다면 중진 의원들도 따라올 것이다. 실적으로 보여주겠다.

-이 전 최고위원이 정치를 시작한 지도 약 10년 정도가 됐다. 나이도 곧 30대를 벗어난다. 이제 더이상 '젊은 새 인물'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저는 처음부터 기성 정치인을 지향했다. 마이너리그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청년 정치에는 마이너리그 감성이 있다. "기성 정치인은 다 물러가라" 식이다. 제가 그 길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청년 일자리나 청년 문제가 따로 존재할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는 단일 리그다. 앞으로 정치를 하고자 하는 젊은 사람이 있다면 절대 마이너리그에 속하려 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청년세대에 대한 높은 공감도를 강점으로 어필하고 있는데 이외에 '다른 후보들보다 내가 더 낫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
▶제가 워낙 토론도 많이 하고 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쪽으로든 관심이 많고 이해도가 높다. 저는 일자리 정책 등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저는 '저작권법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콘텐츠산업 영역은 굉장히 발전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에 따르면 세금을 통해 만든 콘텐츠는 저작권이 있으면 안 된다. 그런 걸 유연하게 만들어서 해당 콘텐츠들을 국민 모두가 합리적 수준의 저작권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산업이 더 커질 것이다. 지역 간 분업도 활성화돼야 한다. 미국은 특정 지역에서 배송되는 택배 상품에 대해선 면세가 되도록 해 그 지역에 물류창고들이 들어서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세제 정책을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해서 산업을 이전시켜야 한다.

-모든 당 대표 후보들이 국민의힘 내부의 대선 주자를 키울 방안에 대해 "우리 당을 매력적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다. 더 구체적인 이 전 최고위원만의 방안이 있을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겪으면서 '지도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어느 정도로 이해할 줄 아느냐'를 중요하게 보게 된 것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이 지도자가 좋아서 뽑았는데 남들에게 휘둘리더라, 이런 것에 대한 평가가 냉정해졌단 이야기다. 이제 지도자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주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해졌다. 그런 것들을 국민에게 다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유튜브 보다 더 날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여론조사 1위를 한 것을 두고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평이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부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어떤 뜻인가.
▶과거와 달리 국민의힘 당원들의 비율이 많이 희석됐고 무엇보다 지난 2년 동안 '무조건 정권 탈환'이라는 의지가 강해졌다. 윤석열이라는 탄핵의 주역을 대권 주자로 인정하는 여론이 생길 정도 아닌가. 그게 당원 정신이라고 본다면 과거와 같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