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박따박 하루에 2%포인트씩 올릴 자신이 있다."

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지난 25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역전'을 다짐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두 자릿수 격차로 뒤처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본격적인 선거전을 통해 차근차근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기점으로 불이 붙은 '정권심판론'의 바람은 거셌다. 박 후보의 추격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여론조사업체 PNR리서치가 지난 27일 실시한 여론조사(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에서 오 후보(57.2%)는 박 후보(30.9%)에 26.3%포인트 앞섰다. 같은날 칸타코리아 조사(조선일보·TV조선 의뢰)에서도 오 후보(55.7%), 박 후보(30.3%)로 25.4%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입소스의 26~27일 조사(한국경제신문 의뢰)에서 두 후보간 격차는 15.7%포인트, 엠브레인퍼블릭의 26~27일 조사(문화일보 의뢰)에선 16.7%포인트로 집계됐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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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성북구 길음동의 한 아파트 상가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3.29. photo@newsis.com

오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승산이 있다며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한다. 여론조사와 바닥 민심은 다르며,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고 숨어 있는 진보 지지층 '샤이 진보'를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면 충분히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내에선 2010년 한명숙·오세훈 후보가 맞붙었던 서울시장 선거와 정세균·오세훈 후보가 대결했던 2016년 총선 종로구 사례도 자주 언급된다. 2010년 선거에서 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선두를 달렸지만 실제 개표 결과 0.6%포인트로 어렵게 승리를 거뒀다. 2016년 선거 당시엔 오 후보가 17%포인트 이상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정 후보가 12.9%포인트 차이로 오 후보를 눌렀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지난 주말 사이 박 후보와 오 후보 간 차이를 크게 좁혔다는 주장도 내놨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당과 캠프 등에서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한다"며 "자체 분석 결과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리 숫자에서 한 자리 이내로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결국 박빙 승부로 갈 것"이라며 "나름 여론조사의 과학적 분석도 있고 과거 선거의 전례도 있다. 3% 이내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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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 성북구 길음역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3.29. photo@newsis.com

민주당이 '박빙 승부' 전망을 강조하는 것은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현재 여론조사 결과에 낙담해 포기하지 않고 투표장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차원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7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언급하며 "진다고 하니까 낙담해 투표를 안 하고 당은 지원도 안 하고 선거 캠프만 혼자 움직였다"며 "(여론조사에) 속지 말고 포기하지 않으면 역전한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민주당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투기 의혹에 대한 공세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은 "부동산 투기 문제 때문에 우리가 지지율에서 밀린 것인데 부동산 투기꾼을 (시장으로) 찍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에선 정권심판론 여론이 강한 만큼 내곡동 의혹이 민심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 토론회 등을 통해 '정권심판' 대신 '후보 대 후보' 구도가 부각되길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후보 대 후보로는 박영선 후보가 앞서는데,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압도적인 만큼 후보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심판 여론이 과연 선거 끝까지 이어질 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