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낡은것과 과감히 결별해야"…尹 언급없이 檢에 쓴소리

[the300]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들의 집단이익' 경계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30. since1999@newsis.com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공직자의 자세’를 언급해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추 장관이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징계청구한 윤 총장 관련 사안의 결과가 이틀 후 나올 예정이라 이날 발언의 의미에 이목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에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검찰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으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의 이름이나 검찰 등을 거론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건 '공직자의 마음가짐'이었다. 공직자는 오직 국민에게 봉사해야한다며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에 매몰돼선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공후사’의 자세를 주문했다. 발언의 맥락 자체가 다분히 윤 총장을 비롯해 검찰의 태도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집단의 이익’을 경계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봐서 검찰개혁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동안 추 장관의 징계청구에 말을 아껴왔는데, 6일 만에 입장을 간접적으로라도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는 건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굳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과 탄소중립 2050, 권력기관 개혁, 규제 개혁 등은 위기의 시대 대한민국의 생존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이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30. since1999@newsis.com

문 대통령은 이번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등에 “입장을 밝혀달라”는 야권의 요청에도 침묵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는 순간 이번 사안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만일 문 대통령 혹은 청와대가 이에 대해 언급을 했다면, 징계위 주체인 법무부는 뒤로 빠지고, 청와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결국 청와대와 검찰 간 대립으로 구도가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이 여러 논란을 피해가면서도 윤 총장 등 검찰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자 이번 징계청구 결과에 따라 윤 총장을 물러나게 한 뒤 개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추 장관도 교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문 대통령은 계속 침묵할 것이란 정치권 전망에 힘이 실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면, 가이드라인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11.30. since1999@newsis.com

한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이날 "위기를 대하는 공직자들의 마음가짐부터 더욱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말해,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담이 가중됐을 거란 얘기가 나온다. 최 수석은 지난 29일 코로나19(COVID-19) 위험 속에 조기축구회에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가 모든 직원에게 모임을 취소하라는 등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정무수석이 단체 모임에 간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 수석은 지난 27일 방역을 이유로 국민의힘 초선의원들과의 만남을 거절한 탓에 야당으로부터 더욱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 수석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앞으로 공직자로서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처신하겠다"는 입장문을 보냈다. 최 수석은 "정부기준보다 더 강력한 방역수칙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준수하는 분들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더 신중해야 했다"며 "소홀함이 있었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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