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기재위]'숫자'와 '분석'의 정책국감

[the300]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 대상의원. 유경준(국힘), 김경협(민), 추경호(국힘), 홍익표(민), 박홍근(민), 고용진(민), 이광재(민), 정성호(민), 양경숙(민), 류성걸(국힘), 윤희숙(국힘), 장혜영(정의당), 기동민(민), 우원식(민), 김주영(민), 김수흥(민), 서병수(국힘), 조해진(국힘), 윤후덕(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유경준 "한국은행 통계도, '소주성'에 활용된 통계도, 다 틀렸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선 전문성과 분석력에 기반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가 주목받았다. 과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근거로 활용됐던 한 논문의 노동소득분배율 통계와 한국은행 통계 간 격차를 지적하면서 양측 통계 모두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사회의 분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한 보조 지표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노동경제학 분야 전문가로 2015년 5월~2017년 7월 통계청장을 역임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 총재에게 “한국은행과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한 경제입안자들의 노동소득분배율 통계가 차이가 보인다”고 집중 질의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한해 생산 활동으로 발생한 국민 소득 중 자본소득을 제외하고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로 일종의 분배 지표로 활용된다.

유 의원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은 1975년 39.7% 1985년 52.5%, 1995년 60.7%, 2009년 61.2%, 2019년 65.5%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학자 시절이던 2014년 발표한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논문에 따르면 노동소득분배율이 1998년 80.4%에서 2012년 68.1%로 줄었다. 이같이 노동소득 분배가 악화됐다는 주장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입안됐다는 게 유 의원 주장이다.

한국은행은 해당 논문과 달리 분배율을 계산할 때 분자에서 ‘가계영업잉여’를 고려하지 않았다. 분모에서도 한국은행은 고정자본소모를 제외한 ‘요소비용 국민소득’을 대입했으나 논문은 고정자본소모를 포함한 ‘총부부가치’로 계산했다.

고정자본소모는 건물, 설비, 기계 등 유형 고정자산에서 발생하는 가치 감소분으로 노동소득과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유 의원은 강조했다. 또 고정자본소모가 일종의 투자행위 결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결국 고정자본소모가 분모에 포함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줄어드는 착시가 있다는 게 유 의원 설명이다.

유 의원은 “(양측 통계의) 차이를 반영해보면 분모는 한국은행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분자는 (논문에서 나온) 가계영업잉여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분자, 분모를 조정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다는 증거는 없다. 증가했다는 증거도 없지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사실은 (어떤 경우에도) 2010년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이) 증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양측 통계가 다른 것에 “학자에 따라, 연구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것이 옳고 다른 것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분배 보조지표 개발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이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핀센 문서' 한국버전 최초 공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핀센 문서’ 관련 국내 은행들이 관여된 거래 건수가 13건에 달한다고 질의하며 장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핀센 문서의 ‘한국 버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핀센 문서는 2000~2017년 세계 각국 은행들이 미국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망(핀센·FinCEN)에 제출한 ‘의심활동보고서’(SARs·Suspicious Activity Reports)다. 2조달러(약 2300조원) 규모의 불법으로 의심되는 금융 거래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핀센 문서에서 불법 금융거래로 의심된다고 보고된 한국의 시중은행과 해외 은행 간 거래 건수는 모두 13건이다. 금액이 오고간 횟수만 39회에 달한다.

핀센 문서에는 2012년 10월~2013년 2월 UAE(아랍에미리트) 라스 알 카이마 국립은행이 외환은행에 663만달러(약 76억원)를 송금한 내역이 담겼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국내 은행을 통해 불법 의혹이 있는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 정황도 있다. 외환은행이 2012년 5월 UAE 라스 알 카이마 국립은행에 102만달러(약 12억원)를 송금한 내역도 문서에 담겼다.

김 의원은 이 총재에게 “핀센에 신고된 건들은 마약과 불법 무기거래, 사기, 횡령 관련된 자금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범죄 연관 자금이라면 검찰과 국세청에 통보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해당 자금의 성격 등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관련자를 묻는 질의에 “곧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추경호 "한은, '도' 닦았으면 국민께 결과물 보여달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은행이 통계 분석 등에 그치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거시경제 조타수’로 적극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현주소를 종합 분석하는 한편 이 총재를 향해 “‘도를 닦고’ 계시는지, 도를 닦았으면 국민들에게 결과물을 보여달라”고 질타했다.

추 의원은 FRB의 평균 물가안정목표제에 주목했다. 장기간 평균적으로 2% 물가목표률을 달성하는 것으로 상당기간 2%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유사 기간 2% 넘어서는 것을 용인하는 통화정책이다.

이어 추 의원은 FRB가 ‘완전고용’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한국은 목표 간 상충 우려가 있다며 고용안정을 목표에 추가하는 데 부정적 입장”이라며 “대상 통계를 무엇으로 잡아야할지 모른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또 FRB가 시대 변화에 따른 통화정책 수정에도 적극 노력한다고 밝혔다. FRB는 2012년 최초로 ‘장기 목표 및 통화정책 전략’를 밝힌 후 2019년초부터 ‘연방준비제도(Fed) 리슨(Listens)’ 행사, 각종 학술 컨퍼런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를 거쳐 올해 8월 수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와 한국은행 청문회 정례화를 제안했다. 추 의원은 “국회 기재위에 총재께서 혼자라도 오셔서 정책 대화를 하자. 그래야 자극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전체적으로 지적에 대해 정말 저희들이 나름 노력을 하나 기대에 못 미친 것 같아 송구하다”며 “여러 질책에 이견은 없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위 보고 정례화를 의원들께서 정하시면 그대로 따를 생각”이라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가 지난 9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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