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통치' 말 만든 ‘박지원 국정원’…“부적절” 뒷말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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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김상균 (왼쪽부터) 1차장, 박 원장, 박정현2차장. 2020.08.20. photo@newsis.com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쓴 '위임통치'란 표현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국정원의 원래 의도와 정반대로 김 위원장의 권력 누수를 의미하는 말로 읽히거나 건강 악화설을 재점화하는 등 혼란을 초래해서다. 



혼선 일으킨 '위임통치' 표현…"국정원이 만든 용어"


 
미래통합당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20일 국정원의 비공개 보고 후 브리핑에서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다”며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 있어서 위임통치하고 있다는 보고를 국정원이 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김여정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속보가 속출했다. 마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오빠 김정은으로부터 통치권을 물려 받았다는 듯한 의미로 오인됐다. 

이후 정보위 측이 ‘김정은이 (김여정을 비롯한 간부들에게) 위임통치를 한 것’으로 정정했고, 정보위 여야 간사 모두 이 위임통치라는 게 후계자 결정이나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혼선이 초래된 뒤였다.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위임통치 용어가 문제 되는데, 확실하게 해드리겠다. 북한이 쓰는 용어가 아니고 국정원이 만든 용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정보위 측 설명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집권 9년 차를 맞은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 장악 자신감을 바탕으로 위임통치를 실시하는 등 국정수행 방식에 변화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김정은이 사실상의 2인자 김여정(대남·대미)을 포함,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경제), 이병철 당 부위원장, 최부일 당 군정지도부장(군사) 등에 책임을 분담시켰다는 게 국정원이 쓴 ‘위임통치’란 말의 의미다.

즉 국정원이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 변화 추이를 개념화해 '위임통치'라는 용어로 규정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정원이 '위임통치'란 말을 선택하면서 국정원의 애초 의도와는 반대의 해석이 뒤따랐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권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이런 식의 책임분산을 시킨 거라 설명했지만, 자칫 권력 승계로 해석될 수 있는 이 표현이 나간 뒤 '김여정 후계자설', '김정은 건강 이상설'이 다시 불거졌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 전진환 기자 = 26일 오후(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에 도착하는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노동부 제1부부장이 영접을 하고 있다. 2019.02.26. amin2@newsis.com




"'통치 스트레스'란 말 부적절했다" 지적도 



국정원이 위임통치의 배경으로 '김정은의 통치 스트레스'를 거론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이 밝힌 위임통치의 배경으로 “첫 번째 이유는 통치 스트레스 경감”이라며 “김정은이 9년 통치하며 통치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져 그걸 줄이는 차원”이라 전했다.

'통치 스트레스'란 표현이 등장하자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보고에서 나올 표현이라고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북한 연구진들 사이에서 나왔다. 김정은이 권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권력 이양에 나섰다면서 동시에 김정은의 통치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을 언급해서다. 이 통치 스트레스가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국정원 보고와 모순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치는 자신이 직접 관장하고 경제, 사회, 군사, 대외 등 분야별로 책임자에게 권한·책임을 부여한 것이므로 위임통치가 아니라 역할분담"이라 설명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도 "’위임통치‘, ’통치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잘못 사용됐다“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이라 지적했다.

이번 국정원 보고 뒤 초래된 혼선을 두고 지난달 29일 취임한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의 스타일과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원장이 취임 후 첫 업무보고에서 의도적으로 눈길을 끌기 위한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박지원 국정원장으로 바뀐 첫 업무보고였다는 점과 관련 있어 보인다"며 "공개할 수 있는 정보에 제약이 따르는 정보위 보고에서 박 원장이 관심을 끌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혼란이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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