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데자뷔'…15년만에 '靑 일괄사표', 계산된 충격요법

[the300]국면전환 위해 계획된 수…선별적 사표수리 가능성 커

【성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9.09.26. photo1006@newsis.com
#. 2005년 1월7일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냈다. 임명된지 사흘만이었다.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과다 사용,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 등의 의혹에 낙마했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당시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 △정찬용 인사수석 △박정규 민정수석 △김병준 정책실장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이병완 홍보수석이 일괄 사표를 냈다. 인사추천위원회로 역할을 다 못했다는 이유였다.


15년만의 데자뷔


2020년 8월7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 사표를 냈다. 부동산 정책의 실기, 그리고 참모진 다주택자 논란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깜짝 발표'이지만, 우발적 이벤트로 이해하는 이는 거의 없다. 여권 관계자들은 "대통령과 사표를 낸 참모진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교감없이는 결코 이런 사안을 먼저 브리핑할 수 없다"고 했다. 계산이 서지 않았으면 던질 수 없는 수라는 것이다.

특히 15년전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표를 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이해찬 대표는 15년전 당시 국무총리였다.

2005년의 일괄사표는 '인사참사' 문제가 정권차원으로 번지는 것을 막게끔 했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를 추천한 이해찬 전 총리의 책임론도 차단했다. 일괄사표 '충격요법' 속에 노 전 대통령은 인사검증을 맡은 정찬용 인사수석과 박정규 민정수석의 사표만 받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시켰다. 출혈을 최소화했던 셈이다.


선별적·순차적 사표수리 가능성 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진 일괄사표 카드를 쓴 것은 '부동산' 때문이다. 노영민 실장은 "7월까지 다주택 참모는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했지만, 여전히 8명의 참모들이 다주택자로 남아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2019.11.01. jc4321@newsis.com
다주택자 중 3명(김조원·김거성·김외숙 수석)이 이번에 사표를 냈다. 노 실장 본인도 서초 아파트 '똘똘한 한 채' 논란을 일으켜 곤욕을 치렀다. 7월 처분 시한이 끝나면 '부동산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이런 와중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괄사표라는 '충격요법'을 택한 것이다. 15년전 이 카드를 썼던 당시를 고려한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여론을 진정시키고, 불길이 내각과 여권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게 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길을 따를 게 유력하다. 노영민 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6명을 일괄사퇴시키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번 사태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인원으로 사퇴폭을 한정하고, 이후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내는 방향이 현실적이다.


김조원 교체 확실시..노영민에 달린 교체폭


15년전 민정수석-인사수석처럼, 이번 국면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인사로는 김조원 민정수석이 꼽힌다. 부동산 정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인물이지만, '강남 집 두 채(잠실·도곡)'를 유지하며 정권의 '부동산 심벌(symbol)'이 됐다. 집을 처분한다면서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비싸게 내놔 여론의 질타도 받았다.

김외숙·김거성 수석은 교체대상에서 빠지지 않겠냐는 게 여권의 전망이다. 김외숙 수석은 부산과 경기도 오산에, 김거성 수석은 서울 은평과 경기도 구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책임자도 아니고, 민감한 투기지역도 아닌만큼 사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강기정(오른쪽)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조원 민정수석. 2019.11.11. dahora83@newsis.com
초점은 역시 노영민 실장에 맞춰진다. 노 실장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참모진 부동산 문제의 실질적 책임자로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현실적 이유로 유임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갈린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국면에서 노 실장이 유임된다면 오히려 민심에 역풍이 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비서실장 직은 갑자기 누군가를 데려올 수 없는 자리이므로, 유임을 시키다가 대체자가 나오면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정 수석은 부동산과 무관하게 교체대상으로 거론돼 왔지만, 이제 노 실장의 거취와 연계됐다는 평가다. 비서실장의 사표를 문 대통령이 수리한다면, 정무수석까지 함께 바꾸긴 어렵다. 윤도한 수석은 다주택자가 아니지만 부동산 관련 여론대응 실패의 책임을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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