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의 5분', 與野 정치권 '뼈'때렸다

[the300][300소정이]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5분 연설'이 연일 화제다. 정치권 안팎에선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강행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의 '뼈를 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윤 의원은 의도치 않게 통합당의 뼈도 함께 때렸다. 윤 의원 연설의 성공이 역설적이지만 그동안 통합당의 메시지가 외면받은 이유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에 '반응해버린' 민주당


지난달 30일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에 나섰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며 민주당이 추진한 부동산 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임대인 부담의 임차인 전가, 저금리 시대 전세제도 소멸의 가속화, 매물 감소에 따른 전세대란 촉발 등이다.

짧고 명확한 연설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고, '명연설'이란 호평이 쏟아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윤 의원 이름이 오르내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의원 연설에 반박하고 나섰다. 여론이 꿈틀거리자 통합당의 메시지에 무반응으로 일관해 이슈화를 막는 기존 전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의원이) 임차인을 강조하셨는데 소위 오리지널은 아니다"라며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 소유하면서 임대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 의원이) 일단 의사당에서 조리있게 말을 하는 건-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아닌- 그쪽에서 귀한 사례니 평가"라며 "그러나 마치 없는 살림 평생 임차인의 호소처럼 이미지 가공하는 건 좀 (아니다)"라고 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이 아니다.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방법"이라며 "정책과 상관없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매우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두 의원의 발언은 논란을 불렀다. 박 의원에 대해선 지역 폄하 논란이, 윤 의원을 향해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일었다. 자연스럽게 윤 의원이 띄운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어젠다는 유지됐다.

윤 의원이 연 '메시지 투쟁'의 가능성이다. 통합당은 그동안 원내에서 메시지 투쟁을 해왔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에 당 안팎에선 장외투쟁의 필요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윤 의원 연설의 성공으로 장외투쟁 카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윤 의원이 통합당에 전한 교훈


윤 의원 연설의 성공 요인은 '당사자성'이다. "나는 임차인입니다"란 첫 문장이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메시지 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통합당은 이 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 통합당의 메시지가 외면받은 이유는 당사자성이 없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후 통합당이 2차 가해를 멈추라며 옳은 소리를 해도,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발족해도 반응은 냉담했다. 윤미향 사태 당시 합리적 의혹을 제기해도 '너희가?'란 반응이 돌아왔다.

억울하겠지만 단순 오해로 치부할 순 없다. 지난달 16일 정원석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박 전 시장 사건을 '섹스 스캔들'이라고 지칭했다.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통합당이 맹공을 퍼붓던 때여서 논란이 일었다.

각종 이슈에 대해 대책 마련 없이 정쟁으로 소비한다는 점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요인이다. 지난 4·15 총선 기간 'N번방 특별위원회'가 대표적이다. 통합당은 당시 'N번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 선언하고,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 직전인 4월10일, 통합당의 한 의원은 여권 인사가 N번방과 관련이 있다며 특위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특위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미 정쟁화된 뒤였다. 이후 N번방 국면이 지나가자 특위는 활동을 중단했다. 통합당이 이 이슈를 정쟁 아이템으로 소비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사진=뉴스1


집 팔 정도의 각오


통합당은 총선 이후 당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쇄신하고 있다. 당의 이념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정강정책 개정 작업이 끝나 초안을 공개했고, 당명 개정을 위해 대국민 공모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인물 중심으로 정치가 흘러가는 우리 국회 현실을 고려하면 당 차원의 이미지 쇄신 뿐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쇄신도 중요하다.

윤 의원은 지난달 9일에 세종시 주택을 부동산중개 업체에 내놨다. 당 경제혁신위원장으로서 부동산 정책 비판의 최전선에 서야하는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갖고 있으면 반드시 값이 오른다는 집을 판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지금 통합당 의원들은 윤 의원의 '집을 팔 정도의 각오'를 곱씹어야 한다.

의석 수 차이로 당대당 승부가 애초 불가능하다면, 의원 개개인의 진정성과 역량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제2, 제3의 윤희숙이 나오는 게 '민주당 독재'만 외치는 것보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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