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9관왕' 박지원, '정치 9단' 관록으로 검증대 통과할까

[the300]국무총리 후보자부터 검찰총장 후보자까지 '청문회 저격수'로 활약

(서울=뉴스1) = 청와대가 3일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단행했다. 통일부 장관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명됐고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이 내정됐다. 사진은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전 의원. (뉴스1 DB) 2020.7.3/뉴스1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9관왕'이다.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검찰총장 후보자까지 9명을 낙마시켰다. 이명박 정부에서 김태호 국무총리·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정동기 감사원장·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주저앉혔고, 박근혜 정부에서 문창극 국무총리·김병화 대법관·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등 후보를 끌어내렸다.

국회의원과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확보한 공직경험과 정보가 박 후보자의 무기가 됐다. 2009년 당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관세청 등의 내부 정보를 입수해 세세한 면세점 물품 리스트까지 폭로했다. 사업가로부터 강남 아파트 구매대금과 고급 승용차, 해외골프 접대를 받은 의혹까지 총공세를 펼쳤다. 

천 후보자는 결국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박 후보자가 당시 천 후보자에게 붙여준 '스폰서 검사'라는 말은 아직도 부패한 검사를 일컫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김태호 국무총리 낙마의 '스모킹 건'이 된 태광실업 회장 골프 회동 논란도 박 후보자가 입수한 제보에서 시작됐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재산 의혹을 집중 제기해 내정 12일 만에 낙마를 끌어낸 장본인도 박 후보자다. 

그런 박 후보자가 오는 27일에는 공수가 바뀌어 검증대에 선다. 대북송금 사건 유죄 판결과 학력위조 등 미래통합당이 제기하는 의혹에 맞서 해명해야 하는 자리다. 이른바 '정치 9구단'이라 불리는 박 후보자가 관록과 청문회에서의 활약 경험을 바탕으로 검증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천안함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을 두고 북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고 대북송금 사건으로 실형을 사는 등 국정원장에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가 과거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들어 '적과 친분관계가 있는 분',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통합당은 또 광주교대를 졸업한 뒤 단국대에 편입한 박 후보자의 학력에도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단국대 서류는 수기와 전산화 과정에서 발생한 오기로 몰랐고, 나중에 잘못 기재를 알게 돼 정정했다"며 "편입 이후 당시 6.3 항쟁에 따른 비상조치 영향으로 대학들이 개강하지 않아 같은 해 4월 육군에 자원 입대했다"고 해명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그러나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당 청문자문단 및 정보위원 합동회의에서 "박 후보자가 제출한 성적증명서를 보면 전공필수 과목을 전혀 듣지 않았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당은 또 단국대 편입 시점이 박 후보자가 주장한 1965년 2월이 아니라 같은 해 9월이었다는 증거도 제시됐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단국대 편입 이후 4학기가 아닌 3학기만 수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근식 자문단장은 "박 후보자가 제출한 졸업증명서를 보면 입학연월이 1965년 9월 1일로 돼 있다"며 "스스로 1965년 1학기부터 다녔다고 주장했는데, 어떻게 졸업증명서에는 1965년 9월로 돼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팩트는 조선대 5학기 다녔다는 허위 서류로 등록한 뒤 1965년 9월부터 다닌 것"이라며 "그걸 뒤늦게 2000년 조선대로 바꿔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 역시 1965년 1학기에 단국대가 휴교했다는 박 후보자의 주장에 대해 "당시 단국대 학보 등을 확보해 보니 3월 13일 입학식을 가진 뒤 1주일만 휴교했고, 4월 26일부터는 정상 수업을 재개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는 증인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말 그대로 깜깜 인사청문회를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에서 요청한 증인 10면 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이건수 동아일레콤 회장은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 후보자의 고액후원자인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5년 8월 5000만원을 박 후보자에 빌려준 뒤 지금까지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에서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제기하자 이씨는 "50년 지기 친구가 급하다고 해서 돈을 꿔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목록